동생은 같은 형제인데 참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동문회 활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걷기나 술은 좋아한다. 취향은 같은 것이다. 동생은 인터넷에서 걷기 동호회를 검색해 하루를 즐기고 온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적당히 거리를 둬야 어느 정도 예의도 지키고 부담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 중에도 가끔 진상인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으면 안 나가면 된단다. 너무 가까워지면 서열을 따지게 되고 어느 결에 경조사까지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책도 맡아야 하는데 그러면 부담이 생겨 싫단다. 수혜만 받고 봉사는 안 하겠다는 심사다.
필자는 동문회장을 맡고 있고 커뮤니티에서도 대표를 맡고 있어 회원 수를 늘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입장에 있다. 회원 수가 많아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회원 수가 많으면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마련인데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사는 재미 중 하나다. 그러나 동문회나 시니어 커뮤니티 운영이 어려운 것은 동생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직책을 맡기면 귀찮아하고 회비도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런다고 큰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모임의 회비라고 해봐야 본인의 식대를 내는 정도의 액수다. 그러나 동문회비 같은 직접적 수혜가 없으면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굳이 낼 생각들을 안 한다. 동문이라면 당연히 동문회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직책을 맡으려는 사람과 맡지 않으려는 사람도 같은 심리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회장, 총무를 뽑는다. 부회장을 뽑기도 하고 감사를 두기도 한다. 이런 직책을 맡으려는 사람도 있고 기필코 안 맡으려는 사람이 있다. 명예욕이나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들은 기꺼이 직책을 맡는다. 심지어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직책을 맡기면 안 나오겠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도 있다. 필자의 경우는 리더를 맡는 경우가 많다. 어깨가 무거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것보다 필자가 주도적으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 좋고 일이 잘되면 성취감도 있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도 보람이다.
세상에는 주도적으로 살아가려는 자와 방랑자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자가 혼재해 있다. 잡으려는 자와 안 잡히려는 자가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의 태도가 옳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 필자도 올해까지는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내년부터는 동생처럼 방랑자의 길을 가보려 한다.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일을 놓으면 허탈감이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필자 생각은 다르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인생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