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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놀기

기사입력 2017-08-01 08:45

모두가 백수를 하지 않아도 수명이 많이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100세 장수 시대에서 이제는 100세 건강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시쳇말로 ‘9988234’ 형국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 3일 앓은 후 죽는다.’ 이러한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일까?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돈 없이 오래 사는 경우를 꼽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은 전자의 두 가지보다 할 일이 없이 오래 사는 경우를 첫 번째로 꼽기도 한다. 한 마디로 무료(無聊)한 나날을 보낼 때가 더없는 고통으로 여긴다. 생존을 위하여 돈을 버는 일에 매달리면서 여가를 보내는 방법 체득을 소홀히 해서다. 필자는 무료하지 않은 후반생을 위하여 취미활동으로 사진을 선택하였다. 뒤늦은 나이인 60살에 배우기 시작했다. 나이가 68살이 되었으니 사진 취미활동 기간도 8년째로 접어들었다. 사진은 이제 취미가 아닌 일상이 됐고 카메라를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하기도 한다. 카메라는 친구가 됐다. 카메라만 손에 들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산책에 나서는 한여름의 아침 들녘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메라가 손에 들렸다. 아침저녁의 온도 차가 커서인지 안개 구름이 산허리를 둘렀다. 사진 촬영에 좋은 시간대다. 주변의 산인 고봉산을 배경으로 삼각대를 세워 카메라를 장착하고 10초 타이머 설정(셔터를 누르면 10초 후에 자동으로 촬영된다)했다. 셔터를 누른 후 필자는 도로 추락 방지 턱 위에 올라 셔터가 떨어지는 순간에 맞춰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낙하한다. 카메라로 돌아가 촬영된 화면을 되돌려 본다. 원하는 장면이 아니다. 다시 셔터를 누르고 달려와 뛰어내린다. 수차례 반복한다. 사진이 찍히는 순간에 적절한 모습으로 뛰어 내리기 만만하지 않다. 몸에 땀이 흥건히 밴다. 다시 찍힌 사진을 확인하여 보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같은 작업을 이어간다. 조금씩 원하는 장면에 가까워진다. 열 번 이상을 뛰어내렸나 보다. 드디어 한 컷이 만들어졌다. 예의 사진이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한 장이다. 성취의 기쁨을 느낀다. 꿈을 향해 날고 싶은 마음을 사진 속에 담았다. 필자는 카메라와 이렇게 놀기도 한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이유다. 카메라가 친구 되어 여가가 무료하지 않다. 100세 장수시대를 걱정하지 않는다. 참 잘 선택한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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