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기대 없이 때로는 사전 정보도 없이 불쑥 영화표를 예매한다. 선택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제목이 좋아서 주인공이 근사해 보여서 등등.
에단 호크와 샐리 호킨스의 로맨스 실화라는 것은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자막을 통해 알았다.
사랑에 서투른 남자 에버렛과 불구지만 사랑스러운 여인 모드가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고아원에서 자란 에버렛은 생선을 팔기도 하고 거친 일을 하며 작은 집에서 혼자 살다가 문득 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네 잡화상 게시판에 ‘여자구함’이라는 메모지를 남기게 된다.
마침 우연히 잡화상에서 물건을 구경하던 모드는 그 메모지를 떼어 들고 남자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에버렛의 눈에 모드는 다리를 절며 몸이 약해 보이고 말도 어눌한 것이 못 마땅해서 일단 거절을 한다. 그가 제안한 조건은 숙식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가정부 일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모드는 숙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거절당한 모드가 숙모의 집에 머물던 어느 날 에버렛이 찾아오자 가방 몇 개를 싸들고 함께 그의 작은 집에 도착한다.
함께 살면서 다툼도 있고 그의 강압에 쫓겨나기도 한다. 그 집에서 키우던 개와 닭 다음 서열이 모드라고 위계질서를 지키라고 몰아세우는 에버렛에게 순응하며 모드는 집을 치우고 집안에 꽃, 새를 그리며 자신의 그림세계를 펼쳐간다. 그녀의 그림을 알아본 사람들의 주문이 시작되며 돈을 벌게 된다. 사람들은 모드가 번 그림 값을 모두 에버렛이 챙긴다며 수근대지만 모드는 그와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기만 하다.
모드의 가슴에는 처음 사랑에서 얻은 딸이 불구라는 이유로 땅에 묻혔다는 슬픔이 늘 떠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임종이 다가 온 숙모를 통해 그 딸은 불구가 아니었고 모드의 오빠와 숙모가 부잣집에 팔아 넘겼고 이 마을 어디에서 살고 있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모드가 불구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모드는 북바치는 설음을 삼키며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를 마중 나온 남편 에버렛을 만나지만 그의 거친 말 ‘당신을 알면서 슬픔이 커지고 힘들어. 차라리 안 만난 게 나을 뻔 했어’란 얘기를 듣게되자 그를 떠난다. 그러나 곧 서로를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게 되고 죽을 때까지 함께 살게 된다.
불구의 몸으로 살아가는 모드의 아픔이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아픔을 얘기하지 않고 묵묵히 견디기 때문인 것 같다. 둘 다 어설프고 거칠지만 따스함이 묻어났다. 모드의 눈으로 탄생되는 꽃과 나무, 새와 집은 순수하고 맑으며 사랑스러웠다.
깊은 아픔과 불행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서 맑고 순수한 영혼을 꽃 피웠다. 진흙에 물들지 않고 피우는 우아한 연꽃처럼.
육체적 아픔과 고통이 영혼조차 병들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신을 밀쳐내는 에버렛에게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거나, 퉁명스럽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을 묵묵히 해주는 모습에서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드의 삶은 가난하고 불편했지만 결코 불행한 적은 없었다는 숙모의 마지막 말이 행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작품을 사고 싶어 했다. 자기 마음 속 순수함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꽃 한 송이씩은 가꾸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