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살면서 모든 것을 물려주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분명 내편이다. 인생의 스승이자 가장 큰 지지자로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부모는 영원한 내편이다. 이 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진실이다. ‘나이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책은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할 본질적인 숙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일본의 심리학자 ‘가시미 이치로’의 저서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우리도 나이가 들어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추해지고 정신이 희미해지는 현실의 부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이 미래의 자신을 받아드리는 것이다. 미운 마음이 들 때마다 한때는 부모님도 최고의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하라고 한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하며 젊었든 늙었든 삶 자체가 소중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덮으며 자신에게 끝임 없이 질문을 했다. 천하의 불효자도 처음에는 부모를 잘 모시고 싶은 효심이 있었다. 그런데 왜 불효자가 되었을까? 급격하게 변화한 세대차이가 범인이다. 궁핍한 세대를 살아오면서 절약이 몸에 배이고 위생관념이 덜하던 시대를 살아온 부모세대는 소변을 두 번보고 양변기의 물을 내리려하고 풍요와 위생관념이 투철한 자식세대는 이런 모습에서 기겁을 한다. 함께 살면서 생각과 관념의 사소한 차이로 틈이 벌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틈이 누적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요강을 머리맡에 두고 방안에서 오줌을 누고 가래를 땅바닥에 뱉고 보이지 않는ㄴ 바이러스는 인정하지 않는 부모세대와 일회용 기저귀에 익숙한 자녀세대는 머리로는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있다가도 이내 부모의 더러움을 보고 고개를 돌리고 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2등은 필요 없는 승자독식의 경쟁 세상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효를 위해서라면 허벅지살을 도려내는 아픔도 마다하지 않던 부모세대와는 생각이 다르다. 머리로는 효도를 하려고 하지만 감성적으로 부모를 멀리하고 무슨 전염병 환자를 보듯 도망가려 한다. ‘당신은 부모님을 사랑하십니까?’ 라는 그럴듯한 질문보다 ‘당신은 부모님이 먹다가 남긴 밥을 먹을 수 있습니까?’ 라고 고쳐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