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평창동계올림픽 ❶봅슬레이]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아홉 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바이애슬론, 컬링,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트 등 총 15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종목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종목도 있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비인기 종목이 많다. 그래도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대회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동계올림픽 경기 종목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승을 향한 힘찬 기합과 함께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선수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썰매를 밀기 시작한다. 추진력을 받은 썰매에 모든 팀원이 탑승하면 선수들은 1400~1600m의 얼음 활주로를 썰매와 한 몸이 되어 질주해 내려간다. 평균속도 135km, 최고속도 15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봅슬레이가 결승선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0초 미만. 이 엄청난 스피드는 봅슬레이가 왜 얼음 위의 F1(자동차 레이싱)인지를 증명해준다.
경기력을 좌우하는 스타트
0.01초로 순위를 다투는 봅슬레이 경기는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봅슬레이는 남자 2인승, 4인승과 여자 2인승 경기로 나뉜다. 팀당 한 명의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이 존재하고 4인승인 경우 두 명의 푸시맨이 추가되어 한 팀을 이룬다. 맨 앞에 탑승하는 파일럿은 썰매 날과 연결된 로프를 잡아당겨 방향을 좌우로 조정하며 경기를 이끌어간다. 자칫 잘못하면 썰매가 중심을 잃고 전복될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잘 유지하고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최적의 궤도를 선택해야 한다. 브레이크맨은 썰매 맨 뒷부분에 탑승하며 결승선 통과 후 썰매가 멈출 수 있도록 제동을 거는 역할을 담당한다. 두 명의 푸시맨은 썰매가 출발할 때 최대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힘껏 밀어주는 임무를 수행한다. 선수들이 썰매를 밀고 탑승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초 미만으로 이 순간 최대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결승선에서 큰 격차가 난다. 그동안의 경기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스타트에서 0.1초 줄이면 경기 기록을 최대 0.3초 정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출발이 중요한 만큼 푸시맨의 역할도 매우 크다. 주로 힘과 순발력 있는 선수가 담당한다.
봅슬레이는 계속해서 발전 중
썰매에 압력(무게)이 가해지면 얼음과 썰매 날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데 이때 발생한 마찰열에 의해 얼음이 녹는다. 얼음이 녹아 생긴 물은 썰매 날과 얼음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며 썰매의 속도를 높여준다.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썰매의 무게를 늘리기도 했는데, 1952년 총 중량을 제한하는 규칙이 생기면서 더 이상 일정 무게 이상으로 늘리지 못하게 됐다. 따라서 남자 4인승은 630kg, 2인승은 390kg, 여자 2인승은 325kg을 초과할 수 없다.
경기를 할 때 파일럿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을 보면 모두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다. 이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기록 단축을 위한 노력은 선수뿐만 아니라 썰매 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받지 않도록 썰매는 총알 모양으로 제작되며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주는 강철과 결합한 유리섬유 또는 탄소섬유의 동체를 사용한다. 이처럼 봅슬레이 썰매를 제작할 때는 속도를 0.01초라도 단축하기 위한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동원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썰매는 한 대에 1억~2억원을 호가해 스포츠 중 가장 비싼 종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높게 갈 것인가? 낮게 갈 것인가?
경기장마다 다르게 설계되어 있는 봅슬레이 트랙은 평균 1500m 길이로 제작된다. 또 파일럿의 조종기술을 평가할 수 있도록 곡선, 직선, 오메가(Ω), 원형 코스를 갖추어야 하며 평균적으로 10~15개의 커브가 설치된다. 봅슬레이는 코스를 잘 이해할수록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커브 구간에서 너무 높은 궤도로 주행하면 거리가 증가하고 낮은 궤도로 가면 거친 곡선을 통과하는 원심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속도를 내기 위해 높은 궤도를 선택하기도 하고, 커브를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 낮은 궤도를 선택하기도 한다. 좋은 경기 성적을 내기 위해선 이처럼 상황에 따라 최적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파일럿의 능력이 요구된다.
대한민국 봅슬레이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4인승 경기에서 19위의 성적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16년 캐나다에서 열린 봅슬레이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2인승(원윤종, 서영우) 경기에서 첫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여자 2인승 또한 올해 북아메리카컵 8차 대회에서 시즌 통합 우승을 거두며 한국 봅슬레이의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선전하고 있기에 이번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서도 메달을 기대해볼 만하다.
관전 포인트
1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 서영우 선수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의 총 16개 커브 중 2번과 9번 커브를 승부처로 꼽았다. 두 커브 모두 가속도를 붙여줘야 하는데 옆의 벽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두 선수뿐만 아니라 트랙을 경험해본 선수 모두가 까다롭다고 말한 2번과 9번 커브를 어떤 선수가 부딪치지 않고 잘 빠져나오는지 보자.
2 TV로 시청할 경우 중계 화면에 녹색과 적색 불이 뜨는데 녹색은 선두 기록을 추월했을 때, 적색은 추월하지 못했을 때를 보여준다. 썰매가 각 구간을 지날 때마다 기록이 실시간으로 뜨기 때문에 0.01초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