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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좋아! 사위가 좋아!

기사입력 2017-02-06 19:40

며느리나 사위는 내가 낳은 피붙이는 아니지만 친자식과 함께 사는 자식 같은 존재 관계다.

며느리보고 ‘나는 널 딸처럼 생각한다’ 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딸이 아니라는 말이다. 막역한 친자식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눈치도 보지만 때로는 할 말 다 못하고 사는 사이다. 예전에는 출가외인이라 하여 딸은 남처럼 대해야 된다하고 사위는 백년손님 이라 하여 씨 암 닭도 잡아주는 영원한 손님처럼 융숭히 대접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아들의 자식보다 딸의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친가보다는 처가 가까이에 집을 얻는 젊은 세대가 부쩍 늘었다. 딸의 위세에 눌려 부계사회가 무너지고 제사제도까지 흔들린다. 불과 10여 년 만에 고모보다는 이모가 더 가깝게 모계사회로 변해간다.

치과의사를 통해 들은 이야기다. 노인이 치아가 나빠 치과병원에 진료를 받고 치과의사로부터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우선 당사자인 노인은 비싼 임플란트 가격의 위세에 눌려 ‘다 늙어 뭐 땜에 이빨에 그렇게 큰돈을 들이느냐 그냥 이럭저럭 살다가 죽을란다.’ 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매 끼니때마다 치아가 부실해 불편함을 스스로 잘 아는지라 자식들이 좀 해줬으면 하는 눈치를 치과의사는 읽고 있단다.

노인을 모시고 온 사람에 따라 대답이 다 다른데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대부분 이렇다고 한다. 아들은 임플란트를 “해드린다 못해드린다” 대답은 하지 않고 인상만 푹푹 쓰고 있고 며느리는 “그거 꼭 해야 되요?” 하고 반문한단다. 하지만 딸은 제품별 가격을 물어보고 이것저것 장단점을 알려고 하고 사위는 시원시원하게 하겠다는 대답을 먼저 한다고 한다. 그것도 아내가 있으면 더 큰소리로 “예! 제일 좋은 것으로 해주세요!” 하고 아내에게 어깨를 으쓱해하며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과시하듯 제스처를 쓴다고 한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 아들은 며느리의 눈치를 보고 사위는 딸의 표정을 살피는데 아무래도 딸의 입장에서는 친정부모 편에 기울기 마련이다. 딸과 아들은 성장과정에서부터 다르다. 퇴근해 온 아버지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으면 딸은 “아빠 커피 타 줄까? 안마 해 줄까?” 하고 아버지의 기분을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하지만 아들은 불똥이 자기까지 튈까봐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피해버린다. 이렇다보니 부모에 대한 세세정보는 아들보다 딸이 더 많이 알고 더 정확하다. 무덤덤한 아들보다 알랑방귀 뀌는 딸이 더 좋다.

아버지가 시골선산에 다녀오려고 아들이나 사위에게 차를 운전해서 함께 가주기를 부탁하면 선 듯 대답이 나오는 쪽은 아들보다 사위 쪽이 먼저다. 사위는 자신이 OK하면 아내가 당연히 OK 해 주고 이번 일로 점수를 딸 것이라 믿고 있는데 반해 아들은 머뭇거리는 것이 과연 아내인 며느리가 OK 할지에 대해 확신이 덜하기 때문에 선뜻 대답을 못한다.

고려시대까지는 모계 사회였다. 고려시대의 제상 파평 윤씨 윤관의 묘가 외가인 청송 심씨의 파주 선산에 묻혔지만 양 가문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당시로는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처가나 외가의 선산에 묘를 쓰는 것이 용인되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와서 유교문화로 엄격한 부계사회가 되면서 부계 조상의 족보가 정비되고 부계 혈통 조상의 산소를 찾기 시작하면서 가문의 사활을 건 엄청난 산송(山訟)사건이 조선 팔도를 흔들었다. 가문을 위해서라면 왕의 명령도 듣지 않고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든 것이 몇 백 년을 이어온 윤관의 산송사건이다. 조선시대의 부계사회에서는 부계씨족을 벗어나서 외가나 친정집의 선산에 무덤을 쓰지 못했다. 비록 누나라 하더라도 출가외인은 친정집의 선산에 묻힐 수 없었다. 앞으로 모계 사회로 발전해 가면 가족무덤이 성행하고 딸과 사위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성씨가 다른 가족선산에 함께 묻히는 세상을 예상한다.

딸과 며느리를 사랑이라는 저울에 올려놓고 어느 쪽으로 기우는 가는 각자 하기 나름일 것이다. 친손자 똥은 맨손으로 만지지만 외손자 똥은 막대기로 치운다는 말도 겪어보니 헛말이다. 출가외인이라 하여 딸을 배척할 수도 없는 시대고 나와 성씨가 다르다고 며느리를 딸 뒤에 세울 수도 없다. 이기는 쪽이 우리 편이라고 정해진 법도에 따라 마음이 가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나 사위가 잘하면 잘하는 쪽으로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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