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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신드롬, 뭐 어때요?

기사입력 2016-12-14 11:11

5년 전쯤부터 필자는 미장원에 가지 않는다. 아 딱 한 번 아들 결혼식 날 화장부터 머리까지 미용실의 도움을 받았다. 필자가 미장원에 가지 않는 큰 이유는 격식을 차려서 나가야 하는 모임이 없어졌기 때문이고 작은 이유는 미장원 가서 머리를 해봤자 인물이 더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째 필자의 머리는 생머리에 단발이다.

오히려 이러고 다니니까 얼핏 볼 때 필자 나이보다 젊게 봐주기도 한다. 이런 점도 필자가 약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들 중에 대놓고 필자에게 뭐라 하진 않지만, 사람은 나이 따라 치장을 해야 하는 거라며 나이든 사람이 파마기 없이 생머리를 하고 다니면 초라해 보인다고 빗댄다. 그런 말을 들을 때 필자 마음은 겸연쩍고 어색하다. 이런 친구들 때문이라도 이제 파마를 해야 하나 고민도 해봤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다들 똑같이 파마를 한 둥근 머리 스타일을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짧은 파마로 우아하게 세팅해서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언젠가 TV에서 본, 버스 안에 나란히 앉은 예닐곱 명의 아주머니들 머리가 똑같은 파마머리여서 웃었던 적이 있다. 나이 들면 왜 모두가 그렇게 똑같은 파마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파마 하지 않고 생머리를 해도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니 파마 하라고 강요 안 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의상도 꽤 캐주얼하게 입는 편이다. 역시 격식을 따져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 모임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우내 다리에 꽉 붙는 레깅스에 어그 부츠를 신고 엉덩이를 덮는 셔츠와 겉옷으로 지낸다. 너무 젊은이들 의상 같지 않을까,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 약간 염려도 됐지만 나름 편하고 필자 눈에는 보기 좋았다.

그런데 요즘 나이 든 여자들이 좀 더 젊게 보이고 싶어 샹그릴라 신드롬이 대세가 됐다고 한다. 샹그릴라 신드롬은 노화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하고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장년층이 확산되면서 생긴 사회적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원래 샹그릴라는 1933년에 제임스 힐턴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곳인데 소설 속 샹그릴라는 평생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는 지상낙원으로 표현되었다.

자기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건강을 중요시하는 웰빙 열풍에 얼짱, 몸짱, 동안 열풍 등이 샹그릴라 신드롬을 확산시키는 데 한몫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다. 필자는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고 싶어 치장하는 중년 여성이 예뻐 보인다. 전혀 주책스럽지 않다. 오히려 당당한 표현으로 보여 기쁜 마음이다. 필자도 언제나 젊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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