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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

기사입력 2016-10-19 19:43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조왕래 동년기자)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조왕래 동년기자)
없다!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보고 책가방 속을 샅샅이 뒤져봐도 집에서 틀림없이 챙겨 나온 도서관 대출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찾으면서 점점 울상이 된다. 기억으로는 확실히 갖고 나온 것 같은데 찾아도 없으니 혹 필자가 갖고 오지 않았으면서도 갖고 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나 하는 의심을 한다. 필자의 기억을 이제는 믿지 못하겠다. ‘챙겨 나오지 않은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든다. 주머니에 대출카드를 휴대폰과 함께 분명히 넣은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주머니 속을 뒤져도 없으니 점점 그런 생각이 든다.

    

카드를 갖고 나온 것 같은데 혹시 분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카드를 분실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런 것 같다. 빌릴 책을 고르다 전화가 오는 바람에 전화기를 끄집어내면서 종종걸음 치며 도서관 밖으로 급히 뛰어나오다 흘린 것 같다. 필자의 카드는 예전에 발급받아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고 종이카드에 비닐 코팅을 했다. 평소 같으면 손의 감각으로 흘린다는 것을 느꼈을 법한데 아무 감각도 못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는 분실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점점 필자의 기억과 감각을 믿지 못하겠다. 

    

분실한 것이 맞으면 누군가 필자의 도서관 대출카드로 책을 빌려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낭패다. 남이 필자의 카드로 도서관 책을 대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불안해진다. 급히 도서관 대여 창구에 뛰어가서 카드 분실신고를 하고 씁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방송에서 노인이 되면 어릴 적 기억은 해도 어제 점심을 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왜 이렇게 금방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할까! 의심이 의심을 낳고 걱정은 이리저리 널뛰듯 춤을 춘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평소에 가방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가끔 가방 없이 외출을 하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술을 한 순배하고 나서 일어서려다 ‘아 내 가방!’ 하면서 두리번거리며 습관적으로 가방을 찾는다. 물론 가방을 갖고 오지 않았으므로 가방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필자가 가방을 갖고 왔을 텐데 하는 의심이 들면 꼭 필자가 가방을 갖고 온 것 같다. 필자가 집에서 출발할 때 가방을 들고 왔는지, 놓고 왔는지 점점 믿지 못한다. 의심에 의심을 하다 보면 의심이 확대 재생산되어 기억이 점점 가물가물해진다. 들고 온 것 같기도 하고 집에 두고 온 것 같기도 하다.

    

우산을 전철에 두고 내리는 실수를 아직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남들과 우르르 몰려나가면서 깜박 우산을 챙기지 못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남들이 내리면 무의식중에 따라 내리기도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6층에 체육시설이 있다. 6층을 간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평소 습관대로 무의식적으로 1층 버튼을 누르고 태연히 1층까지 가서는 아차! 하고 다시 6층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사람의 뇌는 평소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기억을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대로 행동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빨리 간다고 모두가 느낀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평소 익숙하게 하던 일에는 별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다 보면 무슨 일을 한지도 모르게 시간만 보내기 때문에 세월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는 거다. 

    

학생 때나 젊었을 때는 중요한 요점만 메모해도 다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간다’는 말은 ‘학간’이라고만 적어도 훗날 다시 보면 그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짧게 기록하면 다음날 무슨 뜻으로 그런 메모를 남겼는지 필자가 써놓고도 알지 못한다.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키지 않으면 중요하지 사건은 기억하지 못한다.

    

필자를 의심하지 않고 확실히 믿기 위해서 아니 필자의 기억을 확실히 굳히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소지품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휴대폰, 열쇠, 지갑 등’을 머릿속으로 새기며 손으로 더듬어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면 확실히 기억이 오래간다. 우리의 뇌는 자주 본 것, 신기하지 않은 것, 감동받지 않은 것은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나이 들수록 감정이 메말라가고 흥분할 일도 줄어들므로 건망증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한다.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내가 나를 믿기 위해 스스로 한 번 더 챙기고 작은 일에도 감동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맞춰 두뇌 훈련을 계속한다. 몸이나 두뇌는 지금까지 살아보지 않은 100세 시대에 길들여지지 않았는데 인간의 수명만 보건환경의 개선과 의술의 발달로 연장된 부조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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