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누구나! 뭐든지! 할 수 있다! 로 교육을 받는 거다. 못을 박는 건 남자가 해야 된다던지, 힘든 일들은 남자가 하도록 시킨다던지 하는 일이 없었다, 남녀 구분 없이 내게 맡겨진 건 누구나 다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여자라고 못하게 하는 일은 자존심 문제였다. 밥 하는 일, 바느질 하는 일을 여자들에게만 가르치는 게 아니었고, 급식하는 일도 돌아가면서 순번대로 밥을 푸거나 머리에 급식 장 모자를 쓰고 누구나 몇 번을 돌아가며 하게끔 해서 저절로 책임감을 몸에 익히도록 했고 여자니까 봐주는 일이란 절대 없었다. 자기의 몫은 자기가 꼭 해내는 어른수업을 제대로 하게 하는 교육이었다. 그런 모든 행동들을 요이 주시해 가며 관찰해 가는 것이 담임이 하는 일이었다. 어머니보다 더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선생님들이 어찌나 책임감이 강한지 어떤 때는 엄마인 나보다 더 우리 아이의 습관을 잘 알고 있는 것에 놀라곤 했었다. 둘째가 보기와는 딴판으로 약간의 덜렁 끼가 있다는 것도 선생님 말씀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은 무슨 종목이든지 어떤 아이도 따라갈 수 없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며 수영을 시켜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까지 모두 선생님의 눈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굉장한 관찰력과 세심한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닌 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 아이들은 담임을 잘 만나 책임감이 강해지고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힘을 저절로 잘 키워갔다. 어쨌든 모든 아이들을 남녀라는 걸로 어떤 차별도 받지 않았고 모든 일을 누구나 다 할 수 있게 지도했고 그런 낌새를 절대 갖지 않도록 했다. 무슨 일이든지 남자도 여자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익히도록 지도했다. 여자라 못해 라는 포기는 용납되지 않았다. 정말 절대로 그런 마음은 어쩌다가 조금이라도 갖게 하는 기회는 없었다. 이 세상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이었다. 또 편견도 용서하지 않았다. ‘저 애는 못해’ 가없었다. 내가 하는 일은 너도 할 수 있다 이었고, 하도록 서로 도왔고 하고나면 칭찬을 해 주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모두가 같이 해나갈 수 있도록 협심하는 힘을 키웠다. 같은 반이면 모두가 함께 해내서 편견 없이 서로 믿고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키워가는 교육이 좋았다. 뜻을 함께해서 협력하는 살아있는 교육이 좋았다. 생각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교육인 거 같았다. 한 사람이라도 해내지 못하면 다른 팀에게 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나 남자나 다 같이 힘을 합해야 하는 산교육이었다. 좋은 초등교육 과정이었다. 여긴 선물을 선생님께 가져오면 안 된다. 처음 전학할 때 교장 선생님께 우리나라 고유의 강강술래가 수 놓여 있는 작은 액자를 선물했더니 어찌할 바를 모르며 황송하게 받는데 내가 더 부끄러워졌었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고른 건데... 담임한테는 거실용 덧신을 드렸다. 외국에서 온 분이라 받는 거라 했다. 거긴 그 옛날부터 ‘김영란 법’ 이 시행되고 있었나? 부다. ‘선물은 그 사람 마음의 정성이다!’ 라는 걸 진심으로 느끼게 해 주는 감사할 줄 아는 분들이었다. 고맙게 받아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이 맞았다.
[일본 초등하교 전학] (17) 남녀평등과 편견 없음
기사입력 2016-10-10 15:44
관련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 학연·지연·혈연은 그만! 요즘 중년의 관계 맺기 트렌드
- 사실 인간관계의 본질은 같다. 1936년에 출간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지금까지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시대를 거듭할수록 사회적·문화적 변화와 함께 사람들 사이 소통 방식과 관계의 범위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 새로운 사람과 만났을 때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한 번에 완화할 수 있는 한국 사회 속 ‘필승 전략’이 있다. 학연, 지연, 혈연이다. 우연히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았을 때 주변 맛집, 교내 명소, 동아리 등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다 보면 금세 친해진 기분이 든다.
-
- 중장년의 '어른 공부'를 위한 공부방, 감이당을 찾다
- “당신은 어른입니까?” 이 질문에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 우리는 당당하지 못할까. 그렇다면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중장년의 나이에도 공부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의 어느 날, 남산 자락 아래에 있는 ‘감이당’을 찾았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른들의 공부방 같은 곳이었다. 20대부터 80대까지, 전문직부터 프리랜서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수양의 시간을 쌓는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찾아와 공부하고, 식사를 해도 된다. 식당과 식사
-
- 중년 들어 자꾸만 누군가 밉다면, “자신을 미워하는 겁니다!”
- 은퇴 후 소원해지는 인간관계에 실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안부도 주고받고 종종 식사도 했던 사이인데, 회사를 나오니 연락도 만남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명함이 없다고 얕보나’, ‘내가 돈을 안 번다고 무시하나’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자. 혹시 ‘내가’ 스스로에게 그런 편견을 갖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만약 그렇다면 주변은 잠시 제쳐두고 나와의 관계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퇴직 이후의 삶이 길어지며, 노후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다만 원활하고 지속적
-
- “은퇴 후 당당하게” 명함 없어도 자연스러운 자기소개법은?
- 은퇴 후 밥줄은 대부분 네트워킹으로 연결된다. 인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퇴직하고 나면 일로 만난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줄어든 수입 탓에 있던 인맥도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은 더 중요해진다. 모든 관계를 깊게 유지할 수 없는 시기지만, 역설적이게도 기회는 사람을 통해서 오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 마케팅팀 대리입니다.” 이 인사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회사명으로 어느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고, 마케팅팀에 있다고 했으니 그의 직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