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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의 유머코드] 천편일률에서 벗어나야 재미있는 스피치가 된다

기사입력 2016-10-10 11:03

재미없고 지루한 스피치는 듣는 사람에게는 고역이다. 내용이 없거나 전달 방식이 나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지루한 스피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열정을 지닌 주제를 열정으로 전달해야 한다. 내용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미리 고심하고 연구해야 한다.

말은 재미있게 해야 듣는 사람이 즐겁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구태의연하고 지루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생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타고난 재능이기도 하겠지만, 감각과 훈련을 통해서 이런 차이가 나타난다. 같은 내용이라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매력적인 말하기 방법이다.

매력적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천편일률을 타파해야 한다. 남이 다 하는 이야기,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를 피해가는 것이 방법이다. 구태의연함과 천편일률만 피해도 메시지는 매력적으로 바뀐다.

천편일률을 없애고, 살아 있는 말을 하려고 노력할 때 메시지는 매력을 얻는다. 구태의연한 말을 듣고 감동받을 사람은 없다. 들으나 마나 한 소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천편일률과 구태의연에서 벗어나야 한다.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대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그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 오해가 생겨서 싸움이 되기도 한다.

(얼굴)

남자는 이력서고, 여자는 청구서다.

남자는 살아온 세월, 여자는 투자한 돈이다.

(이끌림과 속음)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여자는 남자의 평판에 이끌린다.

남자는 여자의 내숭에, 여자는 남자의 허풍에 속는다.

(옛사랑)

남자는 들었을 때 비로소 궁금하지만,

여자는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생각한다.

(돈이 생기면)

남자는 더 벌 길을 찾고, 여자는 쓸 곳을 찾는다.

(동행)

남자는 자기보다 잘 생기고 돈 많은 여자와 하려 하고

여자는 자기보다 못한 여자와 하려 한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여자는 여자를 본다.

(친구 방문)

남자는 괴로운 일이 생기면, 여자는 자랑할 일이 생기면 한다.

(전화)

남자는 간단한 용건을 위해, 여자는 못다 한 수다를 위해 한다.

남녀 차이를 재치 있게 보여준 방송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이 예전에 인기를 끈 것도 이런 심리 차이를 절묘하게 유머로 포착해 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말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메시지의 ‘외연’과 ‘내포’를 적절하게 조화하는 것이다. 모든 메시지에는 ‘외연’과 ‘내포’가 있다. ‘외연’은 글자 그대로 나타난 의미를 뜻한다. ‘내포’는 그 말 속에 깃든 또 다른 의미를 지칭한다.

말을 재미있게 한다는 것은 이 ‘외연’과 ‘내포’를 적절하게 조화할 때 가능하다.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의미를 공유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의미라는 것은 단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있다. 의미는 단어를 사용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1984년에 당시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아버지 조지 부시가 군중을 향해서 말했다.

“우리는 어제 조그만 당나귀 한 마리를 걷어찼습니다.”

경쟁자였던 자유당의 제랄딘 페라로와 텔레비전 토론을 가리킨 것이었다. 페라로를 이겼다는 ‘내포’를 ‘당나귀’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부시의 이런 표현이 부통령으로서는 무례하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유약하던 부시의 이미지가 이런 말로 인해서 좀 더 강화되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시는 후자의 해석을 택했고, 페라로에게 사과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저 평이하게 “우리는 TV 토론에서 이겼습니다”라고 하는 것과, “우리는 어제 조그만 당나귀 한 마리를 걷어찼습니다”라고 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런 차이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그런 차이를 얼마나 만들 것인가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된다.

유머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대체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머 역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잘 쓰면 효과가 있고, 잘 못 쓰면 안 쓰는 것만도 못 하게 될 수 있다. 결정의 열쇠는 ‘상황’이 갖고 있다.

유머를 지나치게 남발하면 메시지가 너무 가벼워진다. 밋밋한 메시지를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서 유머를 사용하되, 지나치면 곤란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유머를 구사한다면 전체 메시지가 듣는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유머를 잘못 써서 청중의 일부에게라도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면 곤란하다. 성별과 관련된 유머, 직업, 종교, 정치와 관련된 유머 중에는 이런 위험을 지닌 요소가 많다. 그리고 유머 직후에 웃음을 기다리는 표정을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

아무도 웃지 않을 경우, 참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유머를 말하고 나서 연사 혼자 큰 웃음을 터뜨리게 되면 참 보기 민망하다.

재미있게 이야기해야 할 자리에서 분위기를 완전 다운시키는 근엄한 스피치를 하는 분들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오락적인 스피치도 한 가지의 통일된 주제가 있어야 한다.

>> 강미은 교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전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저널리즘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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