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이다
가족이 있는 제주도 도민이라면 이런 날은 제사준비다 음식 장만이다 집 떠난 가족들이 올 것이니 그 준비다 하여 바쁠 것을 예상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조용하리라 생각하고 이 날을 택하여 목욕탕을 이용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목욕탕이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많은 사람들 중에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보였다. 자식들에게 잘 보이려는 어르신들 미용일거다. 추석이 가까워 오면 시골의 미용실은 엄마들 파마하는 손님으로 언제나 성시를 이루곤 했다
필자와는 좀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몸 겨누기도 힘 드는 연세가 지긋이 드신 분이 스르르 탕의 바닥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엇~ 하면서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 옆의 중년의 부인이 얼른 할머니를 안았다 워낙 부축한 중년여인의 동작이 재빨라 할머니에게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봉사가 몸에 배였는지 할머니를 잘 가누어 잠시 쉬게 했다. 쉰 후에는 우유도 드리고 전신 맛사지를 하여 정신이 금방 드셨다. 그리고는 친절한 부인은 할머니를 깨끗하게 씻겨 드렸다 다른 친절한 부인도 거들어 머리를 감겨 드리고……. 사고 뒤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필자가 목욕을 마치고 옷장이 있는 방으로 나오니 그 할머니도 나오셨는데 옷장을 찾을 수 없는지 우왕좌왕했다. 옷장의 키도 잃어버렸고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난감한 사태다. 누군가 먼저 탕에서 나와 준비가 된 아주머니 한 분이 친절하게 집전화 번호를 묻고 집이 어니냐고 물어보아도 아는 것은 전무…….
다행이라면 춥지 않은 기온이다. 목욕탕의 손님들 중 친절한 마음씨의 손님들이 이리저리 뛰면서 할머니를 도우려는 동안 카운터의 주인을 대표하는 사람은 남의 불 보듯 구경만 한다. 친절한 손님이 탕에 까지 들어가 목욕하고 있는 사람 중에 이 할머니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큰소리로 도움을 구한다. 할머니에게는 목욕탕에 달린 미용실에서 가운을 얻어다가 입혀드리고 난리 통이 한동안 지속되었건만 여전히 주인 쪽에서는 아무 조치가 없다.
아직은 제주도 특유의 인정사회가 완전히 메말라 버리지 않았다 추리력이 있는 사람들이 머리 합하여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할머니 옷은 찾았다 옷을 입고 나니 그 때 들어온 손님이 할머니 집이 어디라고 일러준다. 목욕탕에서 일어난 일은 손님들의 손에서 종결이다.
단순한 이웃의 일일까?
필자는 이런 상황을 이번까지 세 번 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세 번 모두 상황의 마무리가 주인의 손이 아닌 손님들의 협동이란 것이다.
그 가게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1차 해결의 책임자가 가게주인이니 가게 주인이 부재라면 주인을 대행할 종업원이어야 한다. 책임의 주체는 남의 일처럼 소극적인 협조정도이고 할머니를 직접 적극적으로 도운 사람들은 같은 손님이다. 가게 측에서는 도와준 손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말도 없다 이웃에서 일어 난 불상사이니 이웃끼리 도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인가? 대중목욕탕에는 노약자에 대한 어떤 경고문도 없고 제한도 없다 뜨거운 찜질방에는 경고문이 붙었으나 일반 탕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경고문도 없고 사고 후의 처리도 오로지 손님들의 호의로만 이루어지는 사고대처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이 태도가 미풍양속이라고 안일하게만 생각 할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