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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 상수(Planck constant)- 상상세포는 다시 살리자

기사입력 2016-07-27 14:58

▲영화 '플랑크 상수'에서 주연 김재욱이 열연하고 있다. (강신영 동년기자)
▲영화 '플랑크 상수'에서 주연 김재욱이 열연하고 있다. (강신영 동년기자)
영화 ‘플캉크 상수’ 서두엔 플랑크 상수가 무엇인가 설명하는 문구가 나온다. '플랑크 상수'란 불연속성과 불확정성을 보이는 양자역학적 미시세계의 본질에 관계하는 중요한 상수를 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관객 중에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이렇게 어려운 제목을 뽑았나 싶다. 흥행은 애초부터 염두에 안 두고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감독에 조성규, 배우는 김재욱이 주연이고, 김지유, 진아름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나온다. 나오는 사람도 몇 안 되고 촬영 장소도 거의 실내라서 돈 안 들이고 만들었을 것 같다. 장르가 판타지 코미디로 되어 있다.

가끔 비현실적인 영화도 영화 보는 재미가 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영화가 아닌가. 그러나 사실적인 영화는 비장한 준비를 하고 보지 않으면 안 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영화는 “영화는 영화다”라고 생각하고 보면 된다.

이 영화는 '1㎜' 'Refill' 'Seat' '겨울 산'이라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김재욱이 모두 나오기 때문에 연속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1㎜에서 김재욱은 매일 미용실에 드나든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물어보면 “1㎜"요 라고 말한다. 얼핏 본 보조 미용사의 짧은 치마와 쪽 빠진 멋진 다리가 기억에 남는다. 매일 1㎜씩 머리를 자르면서 보조 미용사의 치마도 1㎜씩 짧아진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머릿속에는 온통 에로틱한 상상을 하며 즐긴다. 어느 날 늘 담당하던 미용사가 안 나오고 다른 미용사가 김재욱에게 어떻게 잘라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1㎜요“라고 말했는데 눈을 떠보니 1㎜만 남겨두고 머리를 다 잘라 버린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고 그래서 코미디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 'Refill'에서는 카페가 나온다. 그 공간에는 김재욱과 여종업원 단둘이다. 여종업원은 무료한 표정으로 서 있다. 김재욱은 그 여인을 주인공으로 리필을 요구할 때마다 옷을 하나씩 벗는다는 상상을 하며 노트북에 시나리오를 쓴다. 나중에 들어온 말 많은 남자무리들에 밀려 카페를 나오면서 상상은 끝난다.

세 번째 에피소드 “Seat'에서는 어두운 영화관이 나온다. 영화도 에로틱하고 혼자 온 옆자리의 젊은 여자에게 눈길이 간다. 상상으로는 이미 그에게 가 있다.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여자는 나가버린다.

네 번째 에피소드 ‘겨울 산’에서는 3명의 여자를 만나 에로틱한 대화를 이어가는데 정작 산사에서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정작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상수는 언제나 그대로 있는 수이고 변수는 늘 변하는 수이다. 상수와 변수는 현실과 상상에 따라 상수도 될 수 있고 변수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을까.

영화 중 시사회에 나온 감독 말이 뫼비우스의 띠를 설명한다.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만나 하는 행동을 다른 한 사람이 보고, 또 그 세 사람을 다른 사람이 보고, 또 그 네 사람을 다른 사람이 본다는 식의 끝없는 전개를 설명하다 자가당착에 빠진다.

상상은 자유이다. 젊은 남자 머릿속에는 온통 에로틱한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 원래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이다. 그러나 현실의 여자들은 사무적으로 무표정하며 상상을 벗어나고 나면 언제 봤냐는 식이다.

시니어들의 현실에서 매일 미용실에 가는 사람은 없다. 만약 있다면 흑심을 품고 가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이나 갈까 말까 하는 미용실에 돈 아깝게 1㎜만 잘라달라고 할 사람도 없다. 그나마도 한동안 미용실을 다니다가 남자 이발사가 있는 모범 이발관으로 옮긴 지 오래다. 현실도 실용적으로 변했지만, 상상도 시니어의 틀에 스스로 들어가 버린 느낌이다. 젊은 여종원업원과 단둘만 있는 조명 좋은 조용한 카페에서는 스스로 어색해서 문을 열다 말고 나가거나 들어갔어도 얼른 차 마시고 나온다.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옆에 여자 혼자 있으면 역시 신경 쓰여서 도망친다. 산에 올라가는데 처음 보는 여자들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간 스스로 막아 두었던 상상의 세계의 문을 열어볼 생각은 하게 될지 모른다. 상상 세포는 다시 살려 둬야 마음이라도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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