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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히미코(La maison de Himiko)-일본 실버타운 이야기

기사입력 2016-06-29 16:58

▲'메종 드 히미코'의 한 장면. (강신영 동년기자)
▲'메종 드 히미코'의 한 장면. (강신영 동년기자)
‘메종 드 히미코(La maison de Himiko)’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를 만들었던 이누도 잇신 감독과 각본가 와타나베 아야 콤비의 작품이다. 일본의 원빈으로 불리는 하루히코 역의 오다기리 죠와 어딘지 촌스런 분위기의 여배우 시바사키 코우가 사오리 역으로 주연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실버타운의 이름인데 영영사전을 찾아보니 “Originally, La maison de mon rêve was only intended to be distributed among a close circle of friends.”라고 나온다. 폐쇄된 서클의 친구들에게 바친다는 정도로 해석이 된다.

사오리는 아버지 히미코가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 경제적으로 혼자 어렵게 살아간다. 술집에 바니걸로도 취직을 하려 했으나 용모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퇴짜 맞는다. 여자로서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얘기이다.

어느날 훈남 하루히코가 찾아 온다. 아버지 히미코가 암에 걸려 곧 죽을 거라는 소식을 전해준다. 술집에 나가느니 실버타운에서 청소나 잡일을 하면 유산도 받을 수 있을 거라 해서 마음이 흔들린다. 하루히코에게도 끌리지만, 아버지의 젊은 동성연인이라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게이 아버지를 원망하며 아버지의 존재 자체도 부정했으나 일단 실버타운에 가서 일을 해 본다. 남자들 만의 여러 군상들이 모였는데 모두 게이 동성애자들이다. 사람들에게 눈총 받고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여성스러운 이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다. 조금씩 마주보다 보니 그들도 사람이었다. 하루히코와의 사랑도 싹트지만, 역시 게이인 하루히코는 사오리에게 더 이상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

영화의 콘텐츠로는 동성애자들이 나오고 젊은 남자가 아버지의 애인이라는 등 거북스럽지만, 동성 성애 장면은 한 장면도 안 나온다. 남녀 간의 키스 정도만 나올 뿐이다. 장면 상으로는 외설스러운 부분이 없는 영화이다.

지난 6월 초 서울광장에서 ‘퀴어 축제’라고 동성애자들의 시위가 있었다. 뉴스로는 5만 명가량이 모였다는데 동성애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동성애지이지만 굳이 시위까지는 안 나온 사람들이 더 많다는 얘기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성이 문란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유롭다.” 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동성애 부문에서도 우리보다는 개방적인 모양이다.

필자가 남성으로 태어나서 여성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다행이고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히코가 사오리와 키스까지는 했으나 그 다음 진도를 못 나가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로 태어났으나 여자들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해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 되는데 소수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것이다. 다음 세상에는 여자로 태어나겠다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실버타운 사람들이 단체로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왕년에 은행지점장이었던 사람은 부하직원이었던 사람을 우연히 마주친다. 부하직원이었던 사람은 이 옛 상사가 여성스럽게 옷을 입은 것을 보고 게이라며 마구 놀려대며 비난한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다 알리겠다며 조롱한다. 혼자만 알고 이해해주면 될 일을 이렇게 발설하는 사람도 인성이 덜 된 사람이다. 영화는 그들에게 다가가 보면 그들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들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화해해 나가라는 교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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