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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기자 칼럼] 지갑 분실로 느낀 세상의 따뜻함

기사입력 2016-04-29 17:18

▲▲아끼는 지갑을 찾아준 고마운 청소 아주머니(오른쪽)와 필자. 김태형 동년기자
▲▲아끼는 지갑을 찾아준 고마운 청소 아주머니(오른쪽)와 필자. 김태형 동년기자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이 있듯이, 사람은 대부분 잃어버린 물건을 아깝게 생각하고 지금의 것보다 예전의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일을 내가 직접 겪고 보니, 위 속담이 더욱 실감 나게 느껴진다.

주로 지하철로 출ㆍ퇴근하는 필자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5호선 전철을 이용해 퇴근하고 있었다. 여의도역에서 환승해 전철 안에서 잠시 스마트폰을 본 후 느낌이 이상해 윗주머니에 손을 댔더니 지갑이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소매치기를 당했나“ 등 온갖 잡생각이 떠올랐다. 지갑을 어떻게든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늦은 밤임에도 아들에게 전화했다. “00카드 분실신고는 1588-0000번으로 아빠가 직접 신고하시고 혹여 찾을 수도 있으니 지하철분실신고센터는 네이버에서 확인 후 연락하고, 기타 행정적인 사항은 아마도 내일 아침에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해요”라는 아들 답변이 돌아왔다. 필자는 아들 말대로 네이버를 검색해 지하철분실신고센터가 있는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내려 카드 분실신고를 마쳤다. 그리곤 마음을 추리고 다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지갑이나 잃어버릴 정도로 나이가 들었나. 만일 소매치기에게 당한 거라면 그 정도로 내가 어수룩해 보이나.’

집에 도착해서도 내가 아끼고 아끼던 소중한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자괴감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새벽녘이나 되어서야 눈을 붙일 수가 있었다.

이튿날 무거운 몸으로 잠을 깨 아내와 아침을 먹는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혹시 어제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에 다녀가신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전화기로 흘러나왔다. “네, 제가 어제저녁에 그곳에 가서 공부하고 왔어요. 지갑을 잃어버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리자, ”네, 제가 지갑을 주워서 가지고 있어요.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서 청소 일 하는 사람인데, 오늘 아침 청소하려고 교실에 들어갔더니 의자 밑에 밤색 지갑이 있는 거 아닙니까. 제가 잘 보관하고 있으니 안심하시고 있다가 찾아가세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 말에 필자는 십 년 체증이 풀리듯 마음이 평온을 되찾았다.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로 향하는 동안 필자의 발걸음은 경쾌하기만 했다. “우선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먼저 하고 지갑에 들어 있던 돈 일부를 감사 표시로 드려야지”라는 기분 좋은 상상과 함께 그곳으로 들어가 아주머니와 약속한 4층으로 단숨에 올라갔다. 4층 현관에 아주머니가 서 계셨는데 필자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에서 광채가 났다.

아주머니께서는 “지갑 안을 살펴보니 명함이 있어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연락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후, 감사의 표시로 현금을 조금 드리자, 아주머니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며 극구 사양하셨다. 그래서 인근 영등포시장으로 가서 화장품과 사탕, 그리고 과자를 사서 드렸다.

아주머니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따스하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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