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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를 이룬다는 것은 여러 세대 간의 공동 작업

기사입력 2014-01-29 11:44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요즘 ‘폭풍성적’이란 말이 있다. 부모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성적이 폭풍처럼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이 조급함은 대세를 그르친다. 서두르면 결코 큰일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 서두르면 지는 거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조급하게 ‘폭풍성적’을 바라는 것일 게다. 그러나 폭풍성적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진배없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미국의 케네디가(家)만큼 교훈을 주는 가문도 없다. 보잘것없는 아일랜드 농부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가문에서 4대 110년 만에 대통령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선조는 당시 아일랜드를 휩쓴 감자 대기근으로 여비조차 없어 이웃에 빌려 야반도주하듯 아일랜드를 떠났다. 물론 돈을 갚았을 턱이 없다. 그러나 이후 케네디가의 행적은 다르다.

케네디가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바로 부모가 한 가문의 CEO가 되어, 세대를 이어가는 단계적 시나리오를 세웠다는 것이다. 명문가를 이룬다는 것은 여러 세대 간의 공동 작업이지 결코 한 세대가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케네디가의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패트릭 케네디, 즉 케네디 대통령의 증조부(1대)가 미국에 이민을 오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증조부는 이민의 고단함 때문인지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그 아들(케네디의 할아버지·2대)은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술통 장사를 하면서 생계전선에 나섰다. 점차 주위에서 신망을 얻자 급기야 주의원에 당선되었고 정치가로의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이어 3대인 케네디 아버지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은행장, 사업가, 외교관을 걸쳐 루스벨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정치 가문으로서의 기반을 닦아 주게 된다. 그리고 그 무대에 오른 이들은 바로 미국 역사를 뒤흔든 케네디의 4형제였다. 존 F. 케네디는 최연소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그 형제들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가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케네디가의 자녀들 역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명문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케네디가를 큰 시나리오로 보면, 1대는 생활의 터전 준비, 2대는 경제력 기반 준비, 3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4대는 가문의 비전 실현이라는 큰 그림이 나온다. 이 큰 시나리오 중심에는 ‘케네디 가문의 기획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 케네디 할아버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기 위해 늘 일등을 하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가난한 아일랜드계 후손이 미국 사회에서 당당하게 인정받으려면 오로지 최고가 되어야만 했던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케네디 가문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지금은 아무리 가난해도 세대를 이어 서두르지 않고 노력하면 누구나 숭고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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