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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뉴스, 그 사람]-②“여전히 제2의, 제3의 성수대교 가능성 잠재”

기사입력 2015-10-26 09:58

김문겸 대한토목학회장(당시 사고조사위원) 인터뷰 “토목공학자로서 송구스러운 사고”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는 외국에서도 종종 있었지만 성수대교는 전 세계 교량사고 역사에서 늘 주요사례로 언급된다. 국내 건설인에게는 영원히 불명예스러운 기억이다. 성수대교 사고조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원로 토목공학자 김문겸 연세대 교수(대한토목학회장)에게 그날의 참사에 대해 물어 본다.글 유충현 기자 lamuziq@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1994년 10월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잘못 만들어지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건축물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던 사례다. 때문에 국내 건설인과 토목공학자들에게 사명감을 되새기도록 하는 기억이기도 하다. 30여 년간 토목학계에 몸담아 온 김문겸(金文謙·61)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대한토목학회장)에게도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토목공학자로서 국민들에 송구스러운 사고”

1994년 미국에서 방문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였다. 가슴에 뜨거운 것들이 많았다. 토목학도로서 꿈을 키웠던 모교에서 교수가 된 젊은 토목학자로서 꿈과 사명감이 넘칠 때였다.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혹한 건설사고를 마주하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었다. 당시 그는 40세였다. 어이없이 생을 마감한 어린 여학생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당시 서울특별시의 사고조사위원회에 전문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사고지점 구조물이 흉물스럽게 잘려나간 모습, 피로가 누적된 철근이 구부러진 모습 등을 조사하며 사고 당시의 참혹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며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혀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사고 전 날로 시간 되돌려도 막을 수 있을지 의문”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가 한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에만도 캐나다의 라발 고가도로(2006년), 미국의 미네소타 교량(2008년) 등이 붕괴돼 사상자를 낸 일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세계 교량사고 가운데 가장 주요한 사례로 언급된다. 김 교수를 포함한 한국 건설인들에게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21년 전 그날의 사고 하루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불행을 방지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피해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성수대교 사고는 특정한 하나의 원인으로 빚어진 결과가 아니라 종합적인 안전시스템과 안전의식 부재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안전관련 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단편적인 조치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 교수가 특히 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은 성수대교 붕괴 전 언론을 통해 한강 교량의 부실한 안전상태가 보도되거나 민간의 제보가 있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유지관리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없었다. 전문가들의 점검은 교량 하부를 육안으로 살피는 정도가 한계였다”며 “종합적인 인재(人災)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2의, 제3의 성수대교 가능성 잠재... 대책 강구할 필요”

성수대교 사고 이후에도 국내에서는 갖가지 안전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1990년대 중반 이후 만들어진 대형 건축물에서는 어이없는 부실공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사고 등을 계기로 대형 건축물 자체의 안전관리체계가 크게 개선된 결과다. 건축부터 관리단계까지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결과다. 그만큼 안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김 교수는 “아직 우리 주변에 크고 작은 제2의, 제3의 성수대교 사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100미터 이하 교량은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유지보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많은 시설물이 점차 노후화되고 있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철저한 안전점검과 유지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짚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의 경우 국민을 대신해 미국토목학회가 시설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 내용이 교량의 안전등급 결정과 유지관리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며 “우리도 평가시스템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겸 대한토목학회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고, 미국UCLA 대학교에서 구조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대한토목학회 부회장, 한국전산구조공학회 회장 및 연세대 공과대학장, 공학원장을 역임했으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건설 분야 교육·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2015년 1월부터 대한토목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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