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삶 - 효과적인 관리로 얻을 수 있는 것들
일러스트레이션 김무니 moony5696@naver.com
어느 날부터인가 손자 손녀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사랑스런 아이들을 꽉 끌어안고 온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제는 싫은 내색에 선뜻 손 내밀기가 어렵다. 또 입을 가리지 않고 활짝 웃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손으로 가리지 않으면 남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한때는 늘 들었던 동안이라는 인사치레도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이런 의구심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면 거울을 보고 입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당장 통증이 없어도 나는 괜찮은 것 같지만, 내 몸의 작은 변화들은 안타깝게도 내가 가장 늦게 알아챈다.
조선의 대표적 명의인 구암 허준을 묘사한 소설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외상으로 다치는 일 외의 내부로부터 병을 앓게 되는 원인은 입을 통한 음식행위(飮食行爲) 속에서 병이 몸속으로 묻어 들어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무엇을 먹는지, 어떤 것을 먹지 말아야 할지만큼이나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조상들의 지혜다. 실제로 현대 의학에서도 씹는 행위와 구강건강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뇌혈관 질환이나 치매와의 연관성 등 차고 넘치도록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의학 전문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인 가바야 시게루(蒲谷茂)는 그의 저서 <이만 잘 닦아도 비만·치매 막는다>에서, 입으로 씹고 맛보는 행위는 환자 회복 의욕에 영향을 주며,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저술하고 있다. 이렇듯 씹는 행위, 음식을 먹는 행위는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데, 그 바탕에는 ‘건강한 치아’라는 선결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
순종의 장례일 사진에 우연히 등장했던 최초의 치과 ‘이해박는집’과 지금의 치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얼마 전까지 아말감으로 땜질을 해대던 그 모습과도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그 변화에 걸맞게 우리들도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세월은 어떻게 치아에 자리 잡는지, 요즘 다들 한다는 그 임플란트는 무엇인지, 달라지는 중년을 위해 치과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