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플레이스먼트 등 선진 제도 정착 시급하다
이투데이와 시니어 전문 미디어인 브라보마이라프(www.bravo-mylie.co.kr)가 국내 대기업 50곳을 대상(44개 기업 응답, 응답률 88%)으로 실시한 ‘자기계발 교육 지원 현황, 재취업 프로그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임직원의 퇴직 이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근로자가 재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컨설팅 서비스인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를 운용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을 시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 중 81.0%는 ‘퇴직자의 재취업은 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퇴직자의 재취업 프로그램이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일 뿐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와 ‘기업활동에 장애가 될 것’이란 항목의 답변은 각각 14.3%와 4.7%에 그쳤다.
응답 기업 중 56.8%인 25곳은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업의 재취업 프로그램 운영기간은 4~8년 사이가 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1~3년(36.0%), 9~13년(8.0%), 15년 이상(8.0%) 등 순이었다.
재취업 프로그램 운영 시 어려운 점으로는 ‘고령자 고용 기업 부족’(52.3%)이 가장 많았다. 이어 ‘퇴직자의 나이가 많아 부담된다’와 ‘관련 프로그램의 부재’를 꼽은 기업의 비율이 15.9%로 같았다. 다음으로는 ‘회사의 재정상황’(11.4%), ‘담당인력의 전문성 결여’(4.5%) 등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사내의 요구가 없어서’(57.9%)를 가장 많이 들었다. 아울러 ‘비용 등 재무상태’가 42.1%로 뒤를 이었다.
응답 기업 중 73.2%는 퇴직자의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체계적 교육실시’(40.0%), ‘재취업 부작용 감소’(34.3%), ‘조직 분위기 쇄신’(11.4%) 등을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 업체는 제조·금융·증권·건설 등 4개 분야에서 자산 규모, 매출, 도급 순위 등 부문별 산업 특성을 고려한 기준으로 선정했다.
10대 그룹, 재취업 프로그램 가동률 100%
삼성, 현대차, LG, SK 등 국내 10대 그룹(제조 부문)은 모두 임직원 재취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재취업 프로그램 가동 기간은 절반 이상이 3년 이내로 집계됐다. 아울러 이들 기업 대다수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퇴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과 회의론이 각각 절반씩 차지했다. 제조 부문 응답 기업 5곳은 기업 생산능력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고, 나머지 기업은 고용률 향상이란 정책적 성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재취업 지원 대상자의 역량 진단 기준 설정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대상자가 고령일수록 재취업 지원에 부담이 커진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절반 이상이 재취업 교육 및 알선을 위해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교육 및 성과 공유로 퇴직자들의 재취업 지원 시 우려되는 각종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사들 “재취업 프로그램 긍정적…비용은 부담”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주요 금융·보험사는 퇴직자들의 재취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실적 악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에 참여한 15개 업체 가운데 현재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금융사들은 총 9개로 집계됐다. 재취업을 가동한 조사자들의 평균 프로그램 가동 시기는 4~8년이었다. 지원을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인원수는 100명 미만이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금융사들이 선호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은 ‘이력서 및 역량 경력 기술서 작성법’이 다수를 차지했다. 더불어 재취업 지원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응답 기업의 73%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미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를 운용 중인 2개 기업을 포함하면 거의 모든 금융사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의 장점으로는 체계적인 재취업 지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증권사들 재취업 지원에 소극적 “직원들이 원하지 않아”
증권사들의 재취업 지원은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형 증권사 10곳 가운데 4곳만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취업 교육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퇴직자도 대부분 100명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4곳 중 기간이 15년 이상인 증권사는 1곳이었고, 3곳은 모두 8년 미만이었다. 대형 증권사들이 2000년대 들어 퇴직자 재취업 지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취업 프로그램 종류에 대한 질문엔 ‘자사만의 특화된 프로그램’, ‘이력서 및 역량경력기술서 작성법’, ‘외부업체 위탁’ 순으로 응답했다.
재취업 프로그램 운영 시 어려운 점으로는 3곳이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이 부족한 것을 꼽았다. 아울러 금융·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재취업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비용 부담이 재취업 지원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취업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고 있는 증권사 6곳 가운데 4곳은 ‘직원들이 재취업 프로그램을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2곳은 ‘비용 등 현재 재무 상태에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 운용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70% 이상의 증권사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대 건설사 재취업 지원 단 2곳뿐”
건설은 이번 조사에서 재취업 지원에 가장 소극적인 업종으로 나타났다. 도급 순위 상위 10대 건설사 중 대다수가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건설사가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의 생산능력 향상에 공감하고 있어 정부 주도의 공론화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재취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기업은 단 2곳뿐이었다. 이들 기업의 재취업 프로그램 가동 기간도 3년 미만이며, 재취업에 성공한 인원도 100명 미만에 그쳤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재취업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는 이유로는 증권사들과 마찬가지로 은퇴 임직원들의 별다른 요구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건설사는 은퇴자들의 재취업이 기업 생산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확대와 프로그램 지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에 대해서는 10곳 중 5곳이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재취업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며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