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ㆍ과장 광고에 일부 사기분양까지…운영부실ㆍ관리 감독 허점 투성
[편집자주] 불과 2~3년전인 2011년만 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했던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든 것은 여전하지만 최근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심 고급형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른바 ‘양로원’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운영부실이나 허위·과장 광고 등으로 입주한 분들을 울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의료 문화 스포츠 케어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최고급 주택(아파트)들이 늘면서 실버타운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실버타운의 속살을 보여주고 향후 발전 방향도 모색해 본다.
<젊은층 입주 늘어…실버타운 이름 금기시하기도>
‘노블카운티, 시니어스타워, 더헤리티지, 더클래식500…'. 업계에서 빅4로 알려진 이들 주거시설들의 경우 시니어스타워를 제외하곤 이름만 들어서는 노년층을 위한 시설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더욱이 업계에선 ‘실버타운’이란 용어를 아예 금기시하기도 한다. 노인만을 위한 거주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줘서는 거부감만 불러 일으켜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실버타운 대부분이 도심 근교에 고급형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실제 입주와 동시에 메디컬 서비스를 비롯해 문화·스포츠 센터, 각종 커뮤니티 등 최고급 호텔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런 곳에 입주하기 위해선 수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은 물론 한달에 대략 200만원이 넘는 생활비를 내야한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고서는 입주하기가 쉽지 않지 않다는 의미다. 최상위 1%만을 위한 실버타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65세 이상 시니어 인구는 619만명(2013년)에 이르지만 실제 고급 시설 위주의 실버타운 공급 여력은 수만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적인 중저가 모델이 서둘러 시장에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2011년 24곳에서 지난해 25곳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실버주택인줄 모르고 입주했다가 피해 입기도>
실버타운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운영부실, 과장광고 등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1년 365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골프장이 마련돼 있어 언제든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등 실버타운 측에서 내세웠던 각종 서비스들은 일부 공염불에 그쳤고, 일부 노년층들에게는 마지막 보루였던 거액의 보증금마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기 용인시에 들어선 A노인복지주택(204가구)은 처음 분양할 때 ‘9홀 규모 실외골프장을 짓고 입주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골프장은 없었다. 김모(77)씨 등 입주민 26명은 사기 분양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서울고법은 지난 4월 2심에서 “업체는 분양대금을 돌려주고 위자료도 지급하라”며 100억원대 배상판결을 내렸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B주택도 역시 2010년 분양 당시엔 ‘물리치료실과 의사 상주 건강 클리닉이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현재 이런 서비스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민은 “입주민 대표 모임도 젊은 사람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우리 같은 노인은 점점 소외되는 것 같다. 사기당한 기분에 분양 가격에 집을 팔고 나왔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주택인 줄 모르고 입주했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청장년 입주자도 적지 않다. 전북 전주시 C노인복지주택은 계약자 20여명은 “전원주택이라는 광고에 속아 맺은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며 2013년 초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인복지주택임을 충분히 알렸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땜질식 처방으로 시장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실버타운은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시설’로 지정되나, 주택법상 아파트처럼 개별 소유권을 인정하는 ‘분양’이 허용돼 시설 관리주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외부 감사를 받을 수 있고 △입주민이 요구할 경우 관리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하며 △입주민의 동의를 얻어 관리주체를 교체할 수도 있으나, 실버타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실버타운은 노인복지법상 시설로 지정돼 있음에도 그 내용은 아파트와 다름없다. 법을 고치지 않는 한 어떤 처방을 해도 실버타운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비용 구조 한계, 중저가 모델 나와야…정부 지원책도 절실>
그럼에도 실버타운 전문가들은 실버타운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조만간 실버타운의 주 고객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실버타운의 주 고객층인 70대와 달리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뿐만 아니라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버타운 도입 초기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사업주체들이 보다 내실을 다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