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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점보러 가는 엄마, 나랑 운세 박람회 어때?

입력 2026-05-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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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운세박람회, 상담·기록·행운템으로 이어지는 자기탐색 현장

(이미지=윤나래 기자)
(이미지=윤나래 기자)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운세박람회’에는 ‘내 인생의 날씨를 읽고, 행운을 챙겨가는 곳’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주와 타로, 주역, 관상, 손금 상담 등을 한 곳에 모은 행사였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흔히 떠올리는 점집의 이미지와는 달리 모던한 디자인을 입었다. 관람객들은 입장과 함께 받은 ‘인생 날씨기록지’를 들고 상담 부스와 체험 부스, 판매 부스를 오갔다.

▲운세박람회 상담 부스 모습.(이미지=윤나래 기자)
▲운세박람회 상담 부스 모습.(이미지=윤나래 기자)

올해 처음 열린 ‘운세박람회·Fortune Adventure 2026’은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서울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행사장은 176개 부스 규모로 꾸려졌으며, 분야별 전문 상담사 150여 명과 강연·게릴라 토크 11세션이 마련됐다. 주최·주관에는 주식회사 구오오와 주식회사 마인드디자인이 참여했다. 마인드디자인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기획·운영해온 문화기획사로, 이번 행사를 통해 전통문화와 상담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박람회를 선보였다.

▲입장권을 대신한 인생 날씨기록지(이미지=운세박람회)
▲입장권을 대신한 인생 날씨기록지(이미지=운세박람회)

행사의 가장 이색적인 장치는 ‘인생 날씨기록지’였다. 일반 박람회처럼 부스를 둘러보고 물건을 사는 흐름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상태를 적고 상담을 받은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한 실천이나 물건을 고르는 구조다. 기록지에는 현재의 상태와 상담 내용을 정리하는 칸, 인생 흐름을 그래프로 그리는 페이지, 상담받은 내용을 적는 리딩 기록지, 50일 실천 다짐 챌린지 등이 포함됐다.

운영 측은 박람회 전체 동선을 ‘진단-처방-실천’의 3단계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입장 시 인생 날씨기록지와 행운 볼펜, 배치도, 연락처 스티커를 받고, ‘운명기상청’이라 이름 붙인 상담소에서 1대1 상담을 진행한 뒤, 개운템·공간템·몸맘템·습관템 등 4개 카테고리 부스를 둘러보는 방식이다. 이는 ‘일회성 운세 보기’가 아닌 ‘한 사이클의 자기탐색’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행사를 기획한 배경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있었다. 최보경 마인드디자인 팀장은 “웰니스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건강한 상담 문화도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며 “운세를 미신의 영역으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방향성을 제안하는 역할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키오스크를 통해 사주오행을 찾아보는 체험객.(이미지=윤나래 기자)
▲키오스크를 통해 사주오행을 찾아보는 체험객.(이미지=윤나래 기자)

현장에서는 젊은 세대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행사장 곳곳에서는 중장년층과 시니어 관람객의 모습도 적지 않게 보였다. 상담 부스 앞에서 사업의 전망을 묻거나, 키오스크를 통해 자신의 사주오행을 확인하는 이들도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관람객 사이에서는 “우리 나이에는 아닌 것은 아닌 대로 흘려보내고,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복이 들어올 자리도 생긴다”는 대화도 오갔다.

이날 운세는 세대에 따라 다르게 소비되는 듯했다. 젊은 세대에게 사주와 타로가 ‘나를 설명하는 언어’이자 친구와 공유하는 콘텐츠라면, 중장년층에게 운세는 지나온 시간을 해석하고 앞으로의 선택을 조심스럽게 점검하는 도구에 가까웠다. 같은 상담 부스 앞에 서 있어도, 누군가는 연애와 진로를 물었고, 누군가는 사업과 건강, 가족의 앞날을 물었다.

▲동양적인 개념인 '복'을 여러 소품으로 풀어낸 '복복복' 부스..(이미지=윤나래 기자)
▲동양적인 개념인 '복'을 여러 소품으로 풀어낸 '복복복' 부스..(이미지=윤나래 기자)

상담 이후의 동선은 소비와 체험으로 이어졌다. 현장에는 부적이나 길상 문양, 달항아리, 소금단지, 향, 크리스털, 감정 아로마, 마음챙김 노트 등 전통적 상징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풀어낸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전통 부적은 그래픽 굿즈처럼 재해석됐고, 길상 문양은 맛 좋은 쿠키나 인테리어 소품이나 생활용품의 장식으로 바뀌었다. ‘복을 비는 마음’이 종교적 의례에만 머무르지 않고, 취향과 디자인을 입은 물건으로 옮겨간 모습이었다.

▲길상적 요소를 쿠키에 접목한 '촘촘'의 부스(이미지=윤나래 기자)
▲길상적 요소를 쿠키에 접목한 '촘촘'의 부스(이미지=윤나래 기자)

운세박람회가 보여준 장면은 단순히 ‘점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설명을 원하고, 때로는 위로를 원한다. 다만 그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예전의 운세가 정해진 운명을 듣는 일이었다면, 지금의 운세는 나의 상태를 기록하고, 선택의 방향을 정리하고, 작은 실천으로 마음을 다잡는 형식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통의 요소롤 현대적인 소품으로 풀어낸 '아록'.(이미지=윤나래 기자)
▲전통의 요소롤 현대적인 소품으로 풀어낸 '아록'.(이미지=윤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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