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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에서 ‘참여’로, 장애인·어르신들의 ‘삶의 주체성’ 회복

입력 2026-04-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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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방·전시·치유정원 사례로 본 돌봄 방식의 변화

▲이재윤 씨가 자택 일부에 마련한 수선방.(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이재윤 씨가 자택 일부에 마련한 수선방.(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돌봄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돌봄은 생계를 보조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지원’의 개념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과 장애인은 보호 대상자에 머문다. 최근 현장에서는 보호를 넘어, 개인이 다시 삶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 개인예산제’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정해진 목적 안에서 사용해야 하던 지원금을 장애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고 사용‧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정해진 서비스만 일괄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과 목표에 맞게 예산 일부를 활용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원한 사례에서는, 오랜 시간 봉제 기술자로 일해 온 이재윤 씨가 다시 삶의 방향을 찾았다. 장애 이후 생업이 중단되며 삶의 단절을 경험한 이 씨는 개인예산을 기반으로 한 지원을 통해 자택 일부에 수선방을 마련, 자신의 기술을 다시 활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2일 문을 연 수선방을 찾은 이웃은 “이 씨에게 이런 기술이 있는 줄 몰랐다며, 늘 안부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반갑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향후 이씨는 6개월간 이웃을 대상으로 무료 수선 재능 나눔 활동까지 계획하고 있다. 돌봄이 ‘도움을 받는 상태’에서 ‘지역과 연결되는 역할’로 확장된 사례다.

▲월계어르신휴센터에서 열리는 박경희 씨의 전시 포스터. (노원어르신휴센터)
▲월계어르신휴센터에서 열리는 박경희 씨의 전시 포스터. (노원어르신휴센터)

서울 노원구 월계어르신휴센터에서는 6일부터 10일까지 칠순을 넘긴 어르신이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을 모은 첫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의 주인공인 박경희 씨는 잘 사용하지 않는 홍보용 손수건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물건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안민자 상계9동 노원어르신휴센터장은 “버려지는 물건을 활용한 창작이 어르신들의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전시를 관람한 이웃들이 ‘직접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어르신의 활동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관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정구치매안심센터 ‘추억정원 보식활동’에 참여한 어르신이 꽃을 심는 모습.(숲생태지도자협회)
▲수정구치매안심센터 ‘추억정원 보식활동’에 참여한 어르신이 꽃을 심는 모습.(숲생태지도자협회)

비슷한 흐름은 치매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 성남시 수정구치매안심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정원을 가꾸는 ‘추억정원’ 활동을 진행했다. 숲생태지도자협회가 운영한 이번 활동은 드림텍과 나무가의 ESG 사회공헌 후원으로 센터 이용 어르신과 종사자, 시니어 정원가드너가 함께 참여해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꽃과 식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정원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기억과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로 작용했다. 활동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직접 심은 꽃에 더 애정이 간다”고 말한다.

이 세 사례는 공통된 변화를 보여준다. 돌봄의 대상이었던 개인이 ‘무언가를 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을 활용한 수선방, 자연을 매개로 한 정원 활동, 그리고 창작을 통한 전시까지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참여형 돌봄’ 또는 ‘자기결정 기반 돌봄’으로 설명한다. 기존의 돌봄이 결핍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경험과 강점을 다시 삶과 연결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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