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일본 사례 바탕으로 고령층 자산 보호 및 승계 제도 정비 제언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1월에 발표한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방안' 보고서에서 초고령사회 진입과 자산 증가에 대응해 신탁을 노후 자산관리와 상속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신탁 제도 개선 사례를 바탕으로 고령층 자산 보호와 원활한 승계를 위해 국내 신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한국은 2024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가계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치매나 판단 능력 저하에 대비한 자산 관리와 상속·증여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탁이 노후 자산관리 수단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탁은 재산을 금융기관에 맡겨 관리·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유연한 계약 구조와 도산 절연 기능을 가지고 있다. 위탁자가 사망하거나 판단 능력을 상실하더라도 신탁 계약에 따라 자산 관리와 지급이 이어질 수 있어 고령층 자산 보호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특히 유언대용신탁은 민법상 엄격한 형식 요건이 요구되는 유언과 달리 다양한 방식으로 유산 분배를 설정할 수 있다.
국내 신탁시장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1,378조 원이며, 그 중 금전신탁이 약 632조 원, 재산신탁이 약 744조 원이다. 재산신탁은 금전 외 주식·채권 등 증권, 부동산 등을 신탁재산으로 하는데 부동산 신탁(515조 원)의 비중이 약 69% 정도를 차지하여 가장 크다. 금전채권 신탁(220조 원)은 약 29.5% 정도이다. 이에 비해 여러 자산을 한 번에 관리하는 종합재산신탁은 0.8조 원 수준에 그쳐 활용도가 낮은 상황이다. 신탁 제도 도입 후 실무에서 금전이나 재산신탁은 증가하고 있지만 종합재산신탁은 증가세가 미미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일본 사례를 주요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일본은 고령화가 한국보다 약 20년 앞서 진행된 국가로 2000년대 이후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개정하여 신탁제도를 크게 개선했다. 그 결과 일본 신탁시장 규모는 2024년 12월 수탁고 기준 약 1,767조 엔으로 일본 GDP의 29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신탁 수탁고는 1,378조 원으로 GDP 대비 54% 수준이다.
일본도 초기에는 우리나라처럼 금전신탁과 재산신탁 위주로만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법제를 개선하고 가계자산 승계 목적의 신탁에 세제혜택을 부여한 것이 신탁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교육자금·결혼자금 증여신탁 등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서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유도했고 치매 대비 신탁이나 1인 가구 고령층을 위한 생활 지원형 신탁 상품도 확대됐다. 연구원은 이러한 개선들로 인해 일본의 상속·증여·치매 대비 신탁이 고령층 자산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신탁을 단순 금융상품이 아닌 노후 자산관리 인프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탁 관련 규제 정비와 고령층 자산 보호 및 승계를 목적으로 한 신탁 상품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