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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비치 골프링크스

입력 2025-10-19 07:00

[세계 CC 탐방]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걸작

하늘과 땅 사이 고요한 파도가 물결치고 바람이 전하는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칠 때, 어느샌가 소나무 숲 너머에선 솔잎들이 노래한다. 남도 끝자락 아무도 없을 것 같은 평화로운 이곳에서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오늘도 변함없이 골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2010년 땅끝마을 전라남도 해남에 둥지를 틀고 국내 최초의 시사이드 코스라는 타이틀로 데뷔했다. 당시 국내 골프장은 대부분 산악 지형에 조성된 곳들이어서 파인비치의 등장은 적잖은 관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코스를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탄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아스식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코스는 18개 홀 중 9개 홀이 바다와 만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때로는 바다와 벗 삼아 걷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바다와 맞서야 하는 모험을 요구했다.

코스 설계를 합작한 게리 로저 베어드(Gary Roger Baird)와 데이비드 데일(David M. Dale)은 주변 경관과 코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한 편의 드라마를 그려냈다.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정면 대결을 결코 피할 수 없는 도전과 보상까지 확실한 코스를 완성한 것이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기암절벽의 만남

파인과 비치로 나뉜 코스는 한마디로 리듬감이 탁월하다. 편안하게 시작하다 점점 기대하게 만들고, 폭풍같이 몰아치다 다시 잠잠해지며 여운을 남긴다.

파인 코스는 소나무 숲과 호수를 따라 산책하듯 플레이할 수 있다. 바다 풍경을 전혀 예상하기 힘든 주변 환경이지만 홀을 지날수록 느껴지는 짠 내가 직감적으로 바다와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6번 홀까지는 편안한 정원에서의 플레이였다면, 7번 홀부터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요동친다. 그리고 8번 홀(파3)에서 정점을 찍는다. 내리막 홀인 이곳은 3개의 벙커가 그린을 방어하고, 그 뒤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가 막힌 가슴을 뻥 뚫어버린다. 티잉 구역에서 보면 마치 그린이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킬 정도다. 이어지는 9번 홀(파4)에서는 페어웨이 왼쪽에 펼쳐진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비치 코스는 해안 절경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해안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된 홀들은 플레이가 거듭될수록 다음 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더욱 키운다. 특히 시그니처 홀인 6번 홀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로 꼽힌다. 일단 홀에 도착하자마자 탄성을 자아낸다. 그리고 플레이보다는 자연스레 카메라를 꺼내 사진 한 컷을 먼저 찍게 만든다. 바다와 어우러진 이 홀은 기암절벽을 넘겨 바다를 관통해야만 온그린에 성공할 수 있다. 화이트 티 기준 182m나 돼 볼이 바다에 빠지기 일쑤지만, 바다를 향해 샷을 했다는 사실에 그저 통쾌하기만 하다. 7번 홀(파4) 역시 바다를 넘겨 티 샷 해야 페어웨이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드라이버 샷이 휘어지거나 조금이라도 짧으면 여지없이 바다로 볼이 빠진다. 극적인 홀의 연속이지만 플레이가 끝날 때쯤이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 평온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지난날을 회상하듯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

파인비치는 올해 초 기존 양잔디를 금잔디로 전면 교체했다. 국내 기후 환경에 맞춰 코스 컨디션과 플레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를 위해 무려 4년간 환경 테스트를 거쳤다. 고온에서 잘 견디는 금잔디는 사계절 내내 뛰어난 코스 품질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잎이 촘촘하고 부드러워 샷감도 아주 좋다. 단순한 잔디 교체가 아닌 기후 적응과 경기 품질, 코스 감성을 모두 완성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러한 코스 완성은 전 세계 골프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파인비치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인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열린다. 뛰어난 코스 레이아웃과 품질을 갖춘 아름다운 한국 골프장을 전 세계 골퍼들에게 알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어쩌면 이제 파인비치에서 플레이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 많은 골퍼가 몰려 예약이 어려울지도 모르니까. 어느샌가 소나무 숲 너머에선 솔잎들이 노래한다. 남도 끝자락 아무도 없을 것 같은 평화로운 이곳에서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는 오늘도 변함없이 골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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