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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좋을 9월

입력 2025-09-01 13:00

[권두언] ‘상달(上月)’ 최고의 달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 원장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 원장


그저 좋은 9월이다. 여름이 남긴 열기는 수그러들고 겨울의 기척은 아직 멀다. 공기는 맑고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높다. 몸이 먼저 움직여 마음을 이끈다. 보통은 마음을 일으켜 몸이 따르게 하는 건데 그 반대다. 그러니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무엇이든 시작하기에 이보다 나은 때가 없다. 게다가 우리말에 ‘날씨가 반은 일한다’고 한다. 계절이 도와야 일이 된다. 기상청 통계로 9월의 평균기온은 19~23℃, 강수량은 연중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다. 습도는 줄고 일조량은 늘어난다. 날씨가 반의 일을 하고 나머지 반은 사람이 채우면 되는 달이다. 그래서 뭘 해도 좋은 9월이다.

우리네 선인들은 음력 9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렀다. 최고의 달이란 뜻이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조상께 감사드리고, 한숨 돌리던 시기다. 수확은 결실이자 새로운 준비였다.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가다듬는 데 9월만큼 알맞은 때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혼란스러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생각이 맑아진다. 하던 일을 마무리 짓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시간. 몸은 자연을 닮고 계절을 따른다.

서양에서도 9월은 시작의 달이다. 미국·유럽 대부분의 학교는 9월에 학기를 연다. 농업 사회에서는 수확 후 세금·지대·등록금을 거두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학비와 기숙사비 납부 시기를 맞추려면 가을 개학이 효율적이었다. ‘수확을 마친 뒤 머리를 쓴다’라는 농경사회의 질서가 지금까지 이어진다. 아이들도 배우기 시작하는 달인데, 나이 들었다고 멈출 이유는 없다. 지금껏 하지 못했던 공부, 가보지 못한 길, 배우지 못한 것. 늦지 않았다. 지금이 적기다.

이달엔 지역마다 축제도 많다. 전통이 깃든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정선아리랑제, 영광 불갑산상사화축제, 인천개항장 국가유산 야행처럼 몸이 움직이고 눈이 열리는 자리가 많다. 구경만 해도 좋고, 직접 참여하면 더 좋다. 발을 옮기면 마음이 움직인다.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서로 돌보고 기대는 사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때다. 노년은 혼자가 아니다. 함께할 때 품이 생긴다. 9월 21일은 치매 예방의 날이다. 기억을 지키는 건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산책하는 일상 안에 예방이 있다. 건강은 행동이고, 예방은 선택이다. 시간은 저절로 흘러가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지금 손에 쥔 9월은 남은 해의 균형을 잡아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삶의 앞 장을 써 내려가는 건 언제든 가능하다. 시작하기에 늦은 달은 없다. 특히 9월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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