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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나라 새 미술 : 조선 전기 미술 대전

입력 2025-08-02 07:00

[미술관 탐방] 백(白)·묵(墨)·금(金), 새 나라의 첫 색을 담다

K-컬처 열풍이 이제 한국의 전통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 세계에 흩어진 조선 전기 미술작품 691점을 한자리에 모으면서, 국보와 보물이 넘쳐나는 핫플레이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 건국과 동시에 꽃피운 15~16세기 미술의 정수를 한곳에 집중시켰다. 특히 BTS RM이 다녀간 이후 해외 팬들의 방문이 늘었고, 옛것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버린 전 세대가 한데 어우러져 조선 새 미술의 탄생을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다.

도자, 회화, 불교미술을 종합적으로 망라한 전시는 조선 건국 직전 이성계가 금강산에 봉안한 ‘사리장엄’으로 문을 연다. 입구에서 만나는 문장 하나가 전시의 주제를 관통한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건국 2년을 맞은 태조 이성계에게 한 말이다. “한 시대가 일어나면 반드시 한 시대의 제작(制作)이 있다.” 새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창조를 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이후 전시는 조선 전기 200여 년간 펼쳐진 미술의 서사를 색채로 연결한다. ‘백(白)’은 분청사기를 거쳐 순백을 완성한 백자를, ‘묵(墨)’은 사대부의 이상과 내면을 표현한 수묵산수화를, ‘금(金)’의 불교미술은 변치 않는 신앙의 힘과 위로를 보여준다. 조선은 유교적 이상을 목표로 세워졌지만, 불교는 삶과 죽음, 고통과 위안을 아우르며 공존했음이 드러난다.

마무리는 오늘날 우리와 가장 깊이 연결된 ‘훈민정음’이다. 이 여름, 새 나라의 희망을 담은 새 미술의 여정을 생생히 느껴보길 권한다. 한국미술의 기반을 깊게 바라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끈 하나로 자유로운 느낌을 준 넥타이 병 ‘백자 철화 끈무늬 병’

잘록한 목에 끈을 감은 듯 철화로 무늬를 그려 넣은 조선의 백자다. 이 때문에 현대에 와서 넥타이 병이라는 애칭을 얻었다고 한다. 병 안쪽 바닥에는 한글이 적혀 있는데, 그 뜻은 명확하지 않으나 1443년 한글 창제 후 작품일 것으로 짐작케 한다.

‘백자 철화 끈무늬 병(白磁 鐵畫 繩文 甁)’, 조선 16세기, 높이 31.4cm, 국립중앙박물관, 1995년 서재식 기증, 보물.


BTS RM이 SNS에 올려 핫플로 등극한 이암의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증손인 이암은 조선 왕실의 피를 이은 사대부 가문 출신이다. 그는 왕족으로서 흔치 않게 동물과 새, 꽃을 그렸다. 귀엽게 그린 동물들을 바라보면 배경을 생략해서 그런지 현대적인 느낌도 물씬 풍긴다.

꽃나무 위 새와 강아지 ‘화조구자도’, 이암, 조선 16세기 중반, 종이에 먹과 엷은 색, 개인 소장, 보물.


처음 선보이는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일본 스오코쿠분지(周防國分寺)에 있던 불화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삼베 바탕에 지장보살과 열 명의 왕을 그린 그림이다. ‘지장시왕도’는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수륙재, 살아 있는 동안의 죄를 미리 없애는 예수재 등 불교 행사를 할 때 쓰였다. 화기에 시주 물품과 시주자의 이름을 자세히 적었는데, 이는 16세기 민간에서 만든 그림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지장시왕도’, 영지(靈芝, 16세기 활동), 조선 1586년, 삼베에 색, 196.1×175.8cm, 일본 스오코쿠분지.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이 1443년 새로운 글자 ‘훈민정음’을 만들고, 1446년에 그 원리를 설명하려고 지은 책이다. 글자의 원리를 해석하고 예를 든 내용(解例)이 실려 있어 ‘해례본’이라고 부른다. 세종이 직접 쓴 서문, 글자를 만든 원리와 소리를 설명한 글, 자음과 모음의 원리를 설명한 글이 실렸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으로 전시 기간 중 교체될 예정이다.

‘훈민정음’, 조선 1446년, 종이에 목판 인쇄, 29.3×20.1cm,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시 정보

기간 8월 31일(일)까지, 휴관일(8월 4일-전시품 교체)

시간 월·화·목·금·일 10:00 ~ 18:00, 수·토 10:00 ~ 21:00

장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관람 요금 4000~8000원(만 65세 이상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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