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행(行)을 택한 귀농·귀촌 가구가 처음으로 3만가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이처럼 귀농귀촌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지만 농사를 지으려는 귀농인들의 정착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귀농·귀촌 가구는 2012년보다 20%가량 증가한 3만2424가구로 집계됐다. 가구원수는 전년 4만7322명에서 5만6267명으로 18.9% 증가했다. 2001년 880가구이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0년 4067가구로 늘었으며 2011년에는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귀농 귀촌의 지속적인 증가는 최근 1955년부터 1963년의 9년 동안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늘어난 데다 전원생활을 통한 가치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농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3년간 1만 가구 이상이 농업인으로 신규등록했다. 하지만 이들 귀농인들은 여전히 ‘반쪽 농업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귀농가구의 평균 재배면적은 0.47ha(1420평)로, 전년보다 0.04ha 축소됐다. 면적규모별로는 0.5ha(1510평) 미만이 72.2%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2.0ha(6050평) 이상은 1.8%에 그쳤다. 또 일부라도 타인 소유의 농지를 빌려 작물을 재배하는 임차 귀농가구 비중도 44.3%에 달했다. 귀농인들의 영농 기반이 매우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나홀로 귀농’도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작년 전체 귀농가구 중 1인 전입가구가 전체의 57.8%, 2인 전입가구가 23.9%로, 1~2인 귀농가구가 대부분(81.7%)이었다. 가족과 함께 농촌으로 이주해 가정생활을 꾸리지 않은 만큼 정착에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다 이들이 귀농에 실패할 경우 농촌생활을 접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이같은 현상은 귀농인에 대한 진입 문턱이 낮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농업인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농촌으로 이주해 농지 1000m²(302.5평) 이상을 확보해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면 된다. 또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인 경우도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조사에서 2009년에 귀농했다가 도시로 다시 이주한 귀농인들은 전체의 5.4%에 불과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시 U턴 귀농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대책을 마련하고 귀농 인력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자금 지원과 맞춤형 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