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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경제권의 부상 ‘뉴노멀 시니어’가 온다

기사입력 2025-04-03 08:19

새로운 중장년의 등장, 소비 중심축 재편… 디지털 소비 증가 등 불러


“뉴노멀 시니어가 한국 경제를 10년 더 지탱할 것입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장년층의 소비 패턴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강조했다. 과거의 시니어가 ‘절약’과 ‘축적’에 집중한 반면, 오늘날의 중장년은 ‘소비’와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뉴노멀 시니어로 정의되는 이들이 소비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 걸까.



뉴노멀 시니어, 소비의 새로운 중심

한국의 인구구조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으며, 이들은 소비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 이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65세 이후를 ‘노인’으로 간주했지만, 지금은 90세까지 건강하게 생활하며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하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은퇴 이후 소비를 줄이고 초조하게 노후를 보냈지만, 이제는 60세 이후에도 소비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GG 마켓 공략 보고서’에 따르면, 왕성한 경제·사회·여가 활동을 이어가는 1950~1971년생 시니어를 ‘Grand Generation(GG)’으로 정의하고, 초고령화 시대에는 이들이 주류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교수 역시 “자신을 시니어로 인지하지 않고 생물학적 신체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은 ‘인지 연령(Perceived Age)’으로 생활하며 새로운 경험과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특징을 가진 세대”라 정의했다. GG가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활동적이며 장수하는 은퇴 세대인 셈이다.

“60대 이상 인구는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요. 젊은 세대는 학력은 높지만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반면, 중장년층은 자산이 많고 소비할 여력이 충분하죠. 이들의 소비가 한국 경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 될 것입니다.”



산업 전반을 바꾸는 GG

과거 ‘실버 세대’라 불리던 중장년층은 더 이상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활발한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세대는 은퇴 후 소비를 줄이고 자산을 축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현재의 중장년층은 다르다. ‘뉴노멀 시니어’라고 불리는 이들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보다 감성적 만족(가심비)과 시간 대비 성과(시성비)를 더욱 중시하며,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① 디지털 소비 증가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1년 5060세대의 온라인 업종 소비 증가율은 50대가 110%, 60대가 142%에 달했다. 또한 배달 앱과 신선식품몰 이용 비중에서도 40대와 50대 이상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배달 앱의 경우 40대 이용 비중은 15%에서 24%로, 50대 이상은 5%에서 9%로 증가했다. 신선식품몰 이용 비중도 40대는 35%에서 37%로, 50대 이상은 14%에서 21%로 늘어났다. 이는 중장년층이 디지털 소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젊은 세대와 유사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② 프리미엄 및 럭셔리 소비 확대

GG세대는 젊은 시절 경제성장을 경험하며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이 높다. 명품 브랜드, 고급 리조트, 미식 경험 등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GG세대는 명품 소비에 단순한 과시보다 브랜드 스토리와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③ 부동산 및 주거 트렌드 주축

부동산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실버타운은 단순한 복지시설에서 벗어나, 중장년층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학 캠퍼스 내에 조성되는 UBRC(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모델이나 대도시(수도권) 베이비부머가 이주해 지역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K-CCRC(Korean-version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모델이다. 이 모델은 시니어들에게 평생학습과 사회적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며, 문화적·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④ 고급 자동차 시장의 강화

최근 중장년층 소비자들의 고급화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모델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전 기능과 편의성까지 고려하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면서, 제조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⑤ 유통 및 관광업계 변화

유통업계 또한 시니어 친화적인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 호텔, 면세점 등은 중장년층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은 시니어 친화적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경험)를 개발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관광업계에도 시니어 맞춤형 상품이 등장했다. 고강도 액티비티 대신 저강도 트레킹, 문화유산 탐방, 현지 문화 체험, 치유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고급 크루즈 여행 등 건강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인기다.


⑥ 헬스케어 및 웰니스 시장의 성장

건강과 웰빙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산업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건강 모니터링, 맞춤형 영양제 및 건강식품, 피트니스 센터 및 요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인기다. 또한 원격 의료 및 건강 상담 서비스 도입으로 병원 방문 없이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⑦ 금융 및 보험업계의 다양화

금융업계에서는 중장년층을 위한 연금 및 투자상품을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연금 상품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좀 더 적극적인 자산 증식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여러 가지 투자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보험사들은 노후 건강을 고려한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중장년층의 경제적 안정을 돕고 있다.


⑧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 증가

GG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 있다. 윤리적 소비, 친환경 제품 구매, 사회적 기여 활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든 파타고니아, 블랙야크 등의 패션 브랜드나 친환경 패키징을 사용하는 아로마티카, 이솝(Asop)과 같은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중장년층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



에이지리스 브랜드 전략과 시니어 맞춤형 전략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시니어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이 활발하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AEON)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온그룹은 ‘지지 감사 데이(GG Thank You Day)’라는 시니어 전용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시니어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홈플러스도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협업해 시니어들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시니어 마켓’을 개설한 바 있다. 시니어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고,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업은 단순히 ‘나이 든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세대 통합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서 교수는 “중장년층은 자신을 ‘시니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가 시니어 전용 제품을 강조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며 “기업은 중장년층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MZ와 GG를 함께 아우르는 멀티 제너레이션 브랜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브랜드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에이지리스 브랜드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전략을 의미한다. 서 교수는 “코카콜라, 애플, 나이키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특정 연령층이 아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전략을 취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라며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새로운 소비 중심층으로 떠오른 뉴노멀 시니어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뉴노멀 시니어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소비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를 유지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및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및 석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1년 상전유통학술상(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브랜드 마케팅’과 ‘유통’을 주제로 9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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