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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눔이 내일의 세대를 키우다

입력 2025-12-19 06:00

[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 포항 구룡포에서 나눔을 꽃 피우다

(스민스튜디오)
(스민스튜디오)


경북 포항 구룡포의 작은 바닷가 마을. 그곳에는 18년째 아이들을 위한 나눔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 초록우산 전국후원회 부회장이자 포항시청소년재단 이사로 활동하는 황보관현 씨다. 그는 ‘아이들이 자라야 지역이 자란다’는 믿음으로 마을 돌봄과 문화복지를 이끌며 지역 공동체의 변화를 이뤄냈다.


어촌의 정(情)에서 피어난 나눔의 씨앗

황보관현 그린리더의 나눔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배운 ‘이웃의 정’에서 비롯됐다. 부모가 바다로 나가고 아이들이 마을에 홀로 남던 시절, ‘누군가는 이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움직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선배들과 함께 모금 활동을 했고, 이후 구룡포 향우회에서 매년 어린이날 행사를 주도했다.

“그때는 읍면 지역엔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거의 없었어요. 빵과 우유를 나누고 사생대회와 공연을 열며 아이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게 했죠.”

그의 기억 속 ‘첫 나눔’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지역 아이들에게 ‘나도 소중하다’는 확신을 심어준 순간이었다. 그의 말처럼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정(情)이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힘이 됐다.


초록우산과 함께 만든 ‘구룡포 꾸러기마을 돌봄터’


2008년 황보관현 그린리더는 포항시 구룡포 아동복지위원회를 창립하고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었다. 지역 특성상 성어기에 방임되는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그는 ‘우리 손으로 아이들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지역 주민들과 뜻을 모아, 경상북도 1호이자 포항시 1호인 민간형 돌봄센터 ‘구룡포 꾸러기마을 돌봄터’를 열었다. 이 공간은 지자체 예산 지원 없이 구룡포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직접 모은 후원금으로 조성해 더욱 특별하다.

‘아이들의 제안을 100% 반영한다’는 원칙 아래 꾸러기마을 돌봄터는 아이들의 요구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네 설치는 학교의 동의를 얻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주민들은 매년 설득을 이어가 끝내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을 확보했다. 코인노래방은 내부 공간 제약으로 설치가 어려웠으나, 지역 주민이 운영하던 노래방을 매주 수요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대안을 마련했다. 주민들은 이 시간에 간식까지 챙기며 ‘마을이 함께 키우는 돌봄’을 실천했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들에게도 놀이권이 필요하다’는 지역 캠페인으로 확산됐고, 주민들의 자발적 모금 속에서 꾸러기마을 돌봄터는 온 마을이 함께 만든 초록빛 연대의 상징이 됐다.


음악이 바꾼 아이들의 눈빛

2011년 창단한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구룡포’는 황보관현 그린리더의 또 다른 활동이다. 악기를 처음 접해본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고 마침내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기까지 여정은 한 편의 성장서였다.

“조명이 켜지자 무대 뒤에서 떨던 아이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3000명의 박수는 ‘이 아이들도 해낼 수 있다’는 세상의 응원이었죠.”

오케스트라의 변화는 아이들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대인기피증으로 말을 못 하던 아이가 발표를 맡고, ‘깡패’, ‘다방 아가씨’를 꿈이라고 말하던 아이들은 음악가를 목표로 예술고 진학을 준비했다. 가정 내 대화가 늘고 학부모 간의 관계도 회복되며, 음악은 지역 전체를 잇는 화합의 매개가 되었다.

오케스트라는 구룡포를 넘어 더 넓은 세상과도 만났다. 2017년 52명의 단원이 독도에서 제5회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2018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연합 오케스트라 무대에 오르며 작은 어촌 마을의 목소리를 세계로 전했다.

나눔의 선순환도 이어졌다. 연주회로 모은 후원금을 아프리카 아동 식수 지원에 전달하며, 도움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또 다른 아이들을 돕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오래된 진리를 현실로 만든 사례이기도 하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 마을의 연대는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돼, 지금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천력’이라는 초록빛 능력

황보관현 그린리더는 스스로의 능력을 ‘실천력’이라 말한다.

“봉사에는 완벽한 조건이 필요 없습니다. 완벽한 조건이라는 게 있긴 할까요?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제 방식이에요.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행동이 지역을 바꾸더군요. 계획보다 행동이 먼저입니다.”

그의 이런 실천 덕분에 포항후원회에는 매년 새로운 후원자가 늘어나고, 나눔 문화가 지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에게 나눔은 ‘행복의 순환’이다. “제가 도움을 주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 아이들의 웃음이 저를 행복하게 하더군요. 나눔은 누군가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나를 살리는 일입니다.”

황보관현 그린리더는 오늘도 구룡포 바닷가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그린다.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초록빛 나눔은 이제 마을의 문화가 됐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목표는 크게, 실천은 작게.”

그의 신념처럼, 진짜 변화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행동에서 비롯된다. 그 행동이 모여 구룡포의 바다는 오늘도 아이들의 웃음으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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