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비책] 계속 허리에 부담 주면 척추 퇴행성 변화 가속화 돼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3월은 텃밭 가꾸기에 적절한 시기다. 찬바람이 아직 남아 있지만 해충이 적어 작물을 기르기 유리하다. 이에 농가에서는 해당 시기에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꾸는 경우가 많다. 도심에서도 연이은 식료품값 상승으로 옥상이나 베란다 등에 텃밭을 꾸리고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다만 텃밭 가꿀 땐 허리를 구부린 채 장시간 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척추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삽으로 흙을 뒤집고, 모종을 심고,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은 척추에 강한 압박이 쏠려 고령층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텃밭 가꾸는 이들의 연령대는 상당수가 65세 이상 시니어다.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52.9%를 차지한다. 아울러 각 도심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도시 농부 체험 대상 연령대 역시 대부분 시니어다.
이처럼 시니어가 장시간 텃밭을 가꾸며 척추에 부담을 주면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척추관협착증이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기간에 걸쳐 척추 주변 인대가 비대해지고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신경이 눌려 허리와 다리에 통증 및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허리에 통증이 시작돼 허리디스크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추후 다리에 통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척추관협착증은 수술하지 않고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침이나 약침, 한약 등을 함께 활용해 병을 다스린다. 먼저 한약을 먹으면 나이가 들어 약해진 뼈가 다시 튼튼해지는 것을 돕고, 두꺼워져 신경을 누르는 인대 주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침과 약침 치료는 아픈 부위의 통증을 빠르게 줄여주고, 다리 저림이나 힘이 빠지는 증상의 원인인 신경 손상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약침 치료 효과는 권위 있는 외국 학술지 ‘약리학의 개척자(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실려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약침이란 한약 성분을 정제해 아픈 곳의 경혈(혈자리)에 직접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연구에서는 방풍, 우슬 같은 한약재를 섞어 만든 약침을 사용했는데, 척추관협착증을 일으킨 실험 쥐에게 약침을 놓았더니 몸속에서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iNOS, COX-2 같은 물질과 TRPV1, IL1RN 같은 통증 유발 물질이 크게 줄어든 것이 확인되었다.
텃밭 가꾸기는 시니어의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하지만 무리한 작업은 시니어의 척추 건강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어, 작업 중간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 뻐근함을 풀어주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