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스타트업] 서울대생들의 실버산업 도전기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두드림퀵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노인 지하철 택배’ 사업의 효율화를 이루어 시니어 택배원들의 소득 증대와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벤처다. 두드림퀵의 이다인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드림퀵은 세계적인 사회공헌 경영학회 ‘인액터스’의 서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회사다. 두드림퀵 직원 6명의 평균 나이는 21.8세. 사회적 가치를 기업가 정신으로 실현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대표는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앱 개발해 동선 비효율 개선
2018년 시작된 두드림퀵의 사업은 수도권 내 노인 지하철 택배원과 고객 간의 지하철 퀵 중개 디지털 플랫폼이다. ‘노인 지하철 택배’란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요금 면제 복지정책을 활용한 노인 일자리로, 지하철로 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노인 지하철 택배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택배 주문 배정 과정에서 기사의 거주지가 고려되지 않아, 먼 거리의 주문을 배정받는 등 동선 낭비가 빈번히 발생했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 택배원들이 물건 수령·배달 장소가 적힌 종이쪽지만 보고 길을 찾아, 생소한 지역을 헤매기 일쑤였다.
이러한 비효율적 동선의 문제점을 인식한 두드림퀵은 IT 기술을 활용해 노인 친화적인 ‘택배원용 앱’을 개발하고, 서울 지역 9개의 시니어클럽, 어르신 일자리 기관과 협업해 택배원들에게 이를 보급했다. 해당 앱은 ‘위치 기반 자동 배정 시스템’으로, 물품 수령 장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기사에게 주문을 배정한다. 또 앱이 카카오맵과 연동돼 물품 수령·배달 장소로 향하는 최적의 길을 알려준다. 이 대표는 “두드림퀵 서비스로 택배 기사들의 이동 거리는 평균 7.2km, 픽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분가량 단축됐다”라며 “택배원마다 주문 건수가 달라 편차가 크지만, 한 택배원의 경우 두드림퀵 일을 하며 월평균 소득이 1.5배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익 대부분은 시니어 택배원에게
사업 초기 힘든 점도 많았다. 기관마다 나름의 체계가 있는 상태에서 어린 청년들이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다 보니,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기관들을 하나씩 설득하고 섭외해 현재는 총 9개의 노인 일자리 기관과 협업 중이고, 함께하는 시니어 택배원 수는 약 150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월 주문 100건도 힘들었는데, 현재는 월평균 주문량이 500~700건으로 늘었다”라며 “2020년 1~9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매출이 220%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인 만큼, 회사의 수익보다는 택배원의 소득 보장에 더 가치를 둔다. 두드림퀵의 거래 수수료는 5%로, 20~30% 수준인 업계 평균에 비해 적은 편이다. 5%의 수수료 역시 마케팅 비용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인다. 다만 앱이나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개발 자금은 수수료 수익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데, 이는 주로 공모전을 통해 얻는다. 최근에는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는 기업과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사회적 경제 조직을 연결해주는 공모전 ‘2021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최)에서 우수상에 선정돼 3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두드림퀵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 사회적 가치 등을 높이 평가받아 얻은 성과다.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
이 대표는 “노인을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돌봐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고, 같이 일하며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택배원들을 대상으로 앱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책자에 필기까지 하며 열정적으로 임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송 중 물건을 잃어버릴 상황에 대비해, 자신이 탄 지하철 칸의 번호를 매번 외운다는 시니어도 있다. 한 시니어 택배원은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내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서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는 게 만족스럽고 보람차다”라며 택배 업무 소감을 밝혔다. 그들은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며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의 일원이다.
하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에 이 대표는 “노인 문제의 핵심은 고독과 빈곤인데, 이 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일자리다”라며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인은 일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움직이며 사회적 활력도 채우고 소득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드림퀵의 최종 목표는 ‘노인 일자리 플랫폼’으로의 성장이다. 이를 위해 두드림퀵 멤버들은 주 2회 꾸준히 노인 문제와 사업 확장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 중이며,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도 언젠가 시니어가 될 것이고, 노인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며 “시니어 커뮤니티, 시니어 친화 앱 등 다양한 노인 친화 서비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