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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아이들, 이웃과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기사입력 2020-06-17 09:03

(사진 조왕래 시니어기자)
(사진 조왕래 시니어기자)
9세 여자아이가 친모와 의붓아버지의 천인공노할 폭행에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건 탈출을 했다. 다행히 구조의 손길이 닿아 안전한 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불쌍한 아이에 대한 동정심과 부모를 처벌하라는 분노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이를 왜 그렇게 학대했는지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겠지만 그들도 사람인데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단편적인 언론보도를 인용하면 친엄마가 투병 중이고 최근에 이사를 왔다고 한다. 아이는 큰아버지 집이라고 부른 위탁가정에 맡겨진 전력도 있다. 거기에 올망졸망 어린 세 동생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일 수도 있다. 이웃과 사회가 좀 더 이 가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어린 세 동생은 이번 사건으로 보육원에 맡겨졌다고 한다. 부모가 구속되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고, 어른의 생각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내가 아는 6세 p양의 어머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3년의 암 투병기간이 있었다. 어머니가 죽자 아이는 오히려 생기발랄해졌다. 엄마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 소녀는 장기간 병치레를 하던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속담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이 아이에게도 적용될까? 어머니는 고통 때문에 아이에게 투정을 부렸다. 아버지가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직장을 나가면 아이 혼자 엄마의 투정을 다 받았다. 물 떠오라, 수건 가져오라, 팔다리 주물러라 등등 이런저런 잔심부름에 아이는 지쳐갔다.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주위 사람들은 엄마 옆에 붙어서 말 잘 듣는 아이로만 생각했다. "어린 것이 기특하기도 하지, 이런저런 잔심부름도 아주 잘하네 효녀 났어!" 하고 칭찬만 했지 아이의 속마음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다. 엄마를 도와줘야한다는 생각과 또래들과 놀고 싶은 생각이 뒤엉켜 있었을 것이다.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돈 벌러 나가고 누워 있는 엄마는 동생 돌보는 일까지 시킨다. 6세 아이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밖에 나가 놀고 싶은 본능을 감출 수 없다. 지치면 동생을 때리기도 하고 거짓말도 하게 되고 반행도 한다. 이럴 때 부모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매를 든다. 하지만 매의 효과는 일순간이다. 놀고 싶은 아이를 원천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 아이는 새로운 거짓말을 찾고 부모는 체벌의 강도를 점점 높여간다.

아이는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아원에서 아빠의 직업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아이가 “우리 아빠는요, 나쁜 사람을 잡는 경찰관이에요” 하고 말했을 때 선생님이 “아빠가 참 훌륭한 사람이네” 하고 칭찬하면 그다음 아이도 자기 아빠가 경찰관이라고 말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도, 거짓말을 해도, 때려선 안 된다. 꽃으로도 때려선 안 된다.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왜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이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면 부모는 생존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아빠는 일하러 나가고 그 와중에 엄마가 덜컥 병이라도 생기면 큰아이는 병수발과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럴 때 할머니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이면 사회에서라도 보살펴줄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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