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작가와 떠나는 공감투어]
평화로운 아디제 강변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거리,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든 눈물겹게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에 반했었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골목을 걸을 때면 평온과 안도감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평화와 따스함이 오래 지속할 것으로 생각했다. 오랜 시간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들이 공통으로 지닌 카리스마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가 베로나를 비롯한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지방에서만 이탈리아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만 2050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2020.04.19. 기준)
베로나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여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베르가모 Bergamo’라는 공업 중심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식으로 세련된 도시인 ‘치타 바싸 Citta Bassa’(아랫마을)와 오래된 고전적 도시인 ‘치타 알타 Citta alta’(윗마을)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치타 알타의 경우 오래된 성채와 함께 마을 전체가 잘 보존되어 있는 북부지방 예술의 도시다.
하지만 이곳 역시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 ‘코로나19’피해가 가장 큰 도시가 되었다. 지역 신문 14면 중 10면이 부고 기사일 정도다.
내 기억 속의 베로나와 베르가모가 아프다. 하루빨리 2020년의 잔인한 봄이 갔으면 좋겠다. 사랑의 도시로, 영원한 사랑의 은유 장소로 어서 회복되길 희망한다.
베로나의 성문 격인 ‘베로나 포르타 누오바 Porta Nuova Verona’를 지나면 베로나에서 가장 큰 ‘브라 광장 Piazza Bra’이 나타난다. 광장의 끝에는 로마 시대(AD 1세기 경)에, 지어진 ‘베로나 아레나 Arena DI Verona’가 있다. 3층으로 이루어진 3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이다.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 큰 규모로 잘 보존되어 있다.
해마다 이 경기장에서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베르디, 푸치니 등의 오페라 작품을 공연 한다. 이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서 멀리 독일에서도 관객들이 온다. 2020년에도 ‘나부코 Nacco’ ‘아이다 Aida’ ‘투란도트 Turandot’ 등의 오페라 공연 계획이 잡혀있다.
한여름의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울려 퍼지는 아리아의 소리를 만나고 싶다. 아레나에서 울려 나오는 그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 기억 속 베로나와 베르가모의 슬픔이 치유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