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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있나요 ②] “고령자 모드 있다지만” 4대 은행 앱, ‘쉬운 금융’은 없었다

입력 2026-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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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도입에도 은행별 사용성 격차…‘쉬움’ 기준 부재 드러나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되면서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은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이 변화가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층에게 모바일 금융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 가능 여부’의 문제에 가깝다. 실제로 모바일 이용률과 금융 이해력 모두에서 연령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이 생활의 기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층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금융 접근성 자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고령층을 위한 별도의 디지털 금융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은행에 ‘고령자(쉬운) 모드’는 있다

▲고령자(쉬운) 모드 가이드라인(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고령자(쉬운) 모드 가이드라인(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지난 2023년 금융당국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자주 사용하는 기능 중심으로 화면을 재구성하고 용어를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고령자 모드를 구축했다. 그 결과 18개 은행이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앱(모드) 출시를 완료했다. 실제 가이드라인에는 △이용 빈도 높은 기능 중심 구성 △쉬운 용어 사용 △정보 과다 제공 제한 △단계 별 안내 제공 등 고령자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원칙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 원칙이 실제 서비스 설계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은 '방향'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화면 구성이나 이용 흐름까지는 규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일한 '고령자(쉬운)모드'라도 은행별로 구조와 사용성은 크게 달라진다. 결국 제도는 마련됐지만 사용자가 체감하는 '쉬운' 금융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모바일 앱을 직접 사용해 고령자 모드의 실제 이용 환경을 비교·점검했다.

※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모드 진입 경로 △글자 크기 및 가독성 △메뉴 구성 및 단순화 △이용 흐름의 직관성 등 4가지 기준으로 4대 은행 앱의 고령자(쉬운) 모드를 점검했다.

KB국민은행(KB스타뱅킹)

▲(좌)일반 모드, (우)간편 모드  (KB국민은행 앱 캡쳐)
▲(좌)일반 모드, (우)간편 모드 (KB국민은행 앱 캡쳐)

KB국민은행 앱은 최초 설치 후 로그인 다음 과정에서 ‘간편 모드’와 ‘큰글씨 뱅킹’을 설정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다만 이 단계를 지나면 기본 홈 화면에서 해당 기능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간편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검색 기능에서 ‘간편 홈’을 직접 입력하거나, 화면 하단으로 이동해 ‘간편 홈 보기’ 버튼을 찾아야 한다. 모드 진입 경로 측면에서 직관성이 떨어지는 구조다.

간편 홈에 진입한 이후에도 가독성 측면의 변화는 제한적이었다. 일부 기능이 정리돼 있지만 글자 크기와 화면 구성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메뉴 구성 역시 부분적인 단순화에 그쳤다. ‘통합거래내역’과 같은 용어는 여전히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고령층이 기능의 의미를 즉시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다. 용어 단순화를 강조한 가이드라인 취지와도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진입 경로, 가독성, 메뉴 구성, 이용 흐름 측면에서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신한은행(신한SOL뱅크)

▲(좌)일반 모드, (우)간편 모드  (신한은행 앱 캡쳐)
▲(좌)일반 모드, (우)간편 모드 (신한은행 앱 캡쳐)

신한은행 앱도 마찬가지로 기본 홈 화면에서 ‘간편 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화면 하단으로 내려 별도의 버튼을 찾아야 하는 구조다. 모드 진입 경로 측면에서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국민은행과 유사한 한계로 나타났다.

다만 간편 홈 모드에 진입한 이후에는 가독성과 화면 구성 측면에서 일정 부분 개선된 모습이 확인됐다. 주요 기능이 전면에 2단으로 배치돼 있어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메뉴 구성 역시 핵심 기능 중심으로 재정리돼, 불필요한 탐색 없이 원하는 기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이용 흐름 측면에서도 단계 간 이동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진입 이후의 사용성은 상대적으로 직관성을 확보한 구조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진입 경로에서는 한계가 있었지만, 가독성·메뉴 구성·이용 흐름 측면에서는 비교적 수월한 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NEW 하나원큐)

▲(좌)일반 모드, (우)간편 모드  (하나은행 앱 캡쳐)
▲(좌)일반 모드, (우)간편 모드 (하나은행 앱 캡쳐)

하나은행 앱은 로그인 이후 화면 상단에서 ‘기본 모드’와 ‘간편 모드’를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별도의 탐색 과정 없이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 경로 측면에서는 앞선 은행들보다 단순한 구조다. 다만 전환 버튼의 크기가 작고 시각적 강조가 부족해 고령 사용자가 이를 인지하기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간편 모드로 전환하면 화면 하단 메뉴가 축소되고 주요 정보 중심으로 화면 구성이 정리되는 방식이다. 메뉴 구성 측면에서는 일부 단순화가 이뤄졌지만, 기능 구조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특히 메뉴 구성에는 하나금융이 운영하는 시니어 브랜드 관련 안내가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금융 기능 중심의 설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하단 메뉴 관리 기능을 통해 개인이 구성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필요한 기능만 빠르게 이용하려는 고령층의 사용 방식까지는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구조다.

우리은행(우리WON뱅킹)

▲(좌)일반 모드, (우)쉬운 모드  (우리은행 앱 캡쳐)
▲(좌)일반 모드, (우)쉬운 모드 (우리은행 앱 캡쳐)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로그인 이후 화면 상단에서 ‘일반 홈’과 ‘쉬운 홈’을 전환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진입 경로 측면에서는 비교적 직관적인 구조다. 쉬운 홈으로 전환하면 글자 크기가 확대되고, 주요 기능 중심으로 화면 구성이 재정리돼 가독성 측면에서 일반 모드와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하단 메뉴 구성 역시 핵심 기능 위주로 단순화 되어 있어 불필요한 탐색 없이 원하는 기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습이다. 이용 흐름 측면에서도 단계 간 이동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전반적인 사용 부담이 낮은 구조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점/ATM 찾기’ 메뉴가 상단에 배치된 점은 모바일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을 고려한 구성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대면 채널로 연결되는 경로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접근성을 보완하는 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진입 경로, 가독성, 메뉴 구성, 이용 흐름 측면에서 비교적 균형 잡힌 구조를 보였다.

쉬움과 간편의 기준, 다시 정의해야

4대 은행 앱을 사용해 본 결과 ‘고령자(쉬운) 모드’는 모두 도입됐지만 실제 구현 수준과 사용성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문제는 은행별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애초에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고령층의 이용 환경을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고령층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설계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60대와 70대, 80대 이상은 디지털 활용 수준과 금융 이용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이에 대한 구분이나 맞춤형 설계 기준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연령 기준만으로 사용자를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금융을 얼마나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세분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고령층 내부에서도 모바일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형이 있는 반면 기본적인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사용을 회피하는 유형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연령’이라는 단일 기준에 머물러 있고 설계 역시 일부 요소를 단순화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고령자(쉬운) 모드’ 도입 이후 운영 현황을 점검했지만 실질적인 개선이나 표준화된 설계 기준 마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점검 역시 ‘도입 여부’와 ‘운영 현황’ 중심에 머물면서 이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금융권 고령자용 간편모드 도입 현황(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금융권 고령자용 간편모드 도입 현황(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결국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 디자인은 사용자가 현재 위치를 인지하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문제에 가깝다.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구조, 대면 채널과의 연결성, 이용 수준에 따른 설계가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쉬운 모드’와 ‘간편 모드’가 이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 자체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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