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으로 뮤지컬 ‘영웅 안중근’을 보러 갔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는 떠올리면 가슴 아프고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다.
공연을 보기도 전부터 마음이 경건해지고 아려왔다.
‘1909년 서른 살 청년 안중근,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을 쏘았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울컥하고 가슴이 저리다.
뮤지컬은 러시아 자작나무숲에서 조선 청년들이 모여 ‘단지 동맹’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자작나무숲에 모인 청년들의 애국심과 그들의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군무와 합창이 가슴을 울렸다.
안중근 의사가 왼손 네 번째 손가락 첫마디를 자르고 대한독립이라 혈서를 쓰는 순간부터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쏘고 감옥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독립운동하는 모습을 그대로 잘 표현하였다.
화려한 군무와 특수효과로 웅장한 무대가 살아났고 아크로바트처럼 무대 전면에 세워진 기둥을 타고 이쪽저쪽 아래위로 활약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긴박감을 느끼게 했다.
높은 무대 위까지도 날렵하게 이동하는 모습은 그들의 연습이 치열했음을 알게 해준다.
더블 캐스팅으로 두 명의 배우가 안중근을 연기했다.
내가 관람한 날은 정성화 안중근이었다. 예전에 개그맨으로 또는 드라마의 조연으로 보았던 정성화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너무나 당당하고 멋지게 안중근 의사를 연기했다. 목소리도 어찌나 멋있는지 합창과 독창 모두 감동적이었다.
단아한 한복차림의 안중근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수의를 전하며 부르는 절절한 아들 사랑과 신념을 지켜주려는 마음, 아들을 위해 끝까지 힘을 북돋워 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가슴을 후벼 파듯 나를 울게 했다.
일본 법정의 재판하는 장면에서 안중근 의사는 ‘누가 죄인인가?’라는 노래를 부르며 외친다.
“모두들 똑똑히 보시오! 대한의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이고 조선을 말살한 이토 히로부미를 쏴 죽인 나는 사형이라니 대체 일본 법은 어찌 이리도 엉망이냐”고 호통을 친다.
마지막 장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처형대에 선 안중근 의사, 그리고 1945년 그가 그렇게 바라던 독립이 되었는데도 일본이 감추어 그의 시신이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에필로그가 뜬다.
공연이 끝난 시간에도 여전히 꽃샘추위가 나를 웅크리게 했고 한동안 가슴은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