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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위의 껌딱지

기사입력 2019-03-15 17:05

나이 든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는 검버섯은 보기 흉하다. 요즘은 피부과에서 검버섯 제거 처치를 하는 것이 대세다. 길거리 보도블록 위에도 마치 검버섯처럼 검은 반점이 많다. 씹다가 아무렇게나 뱉어버린 껌 때문이다. 보기가 흉해 전국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마련해 껌딱지를 제거하는 모양이다. 씹던 껌을 뱉을 때는 작은 오물에 불과하지만 길바닥에 뒹굴면서 며칠이 지나면 시커먼 흉터처럼 남는다.


껌딱지는 제거가 쉽지 않다. 청소부들이 길바닥에 앉아 하나씩 캠핑용 도치램프로 지져 태우거나 칼로 긁어 떼어내고 있지만 워낙 껌딱지가 많아 신통치 않다. 외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에서는 나라 망신이라고 제거에 열을 올리지만 효과는 글쎄다.


최근에 서울 종로구가 고압 살수차 5대를 활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소용되는 비용과 투입 인력이 만만치 않다. 중구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일대에 껌딱지와 담배꽁초 제거를 위해 환경미화원을 따로 채용했다. 60세 이상 6명이 명동 일대 환경정비를 맡았다고 한다. 구청 환경미화원과 별도로 매일 3시간씩 작업을 한다. 마치 껌딱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발상의 전환을 해 껌딱지를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에 사는 어떤 사람은 길바닥의 껌딱지에 색깔을 입히고 그림을 그려 볼거리를 만들었다. 반짝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여고생이 비슷한 작업을 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쁜 그림으로 덧칠을 하고 코팅을 한다 해도 구둣발에 밟히는 그림이 과연 며칠이나 갈지 의문이다.  

껌은 다 씹은 후 포장지에 싸서 버리도록 안내가 되어 있다. 길바닥에 씹던 껌을 버리면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는 것과 같다.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는다. 나 하나쯤 버리면 어때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껌딱지 해결책은 껌값을 올려서라도 제조업체에 제거 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국민에게 더 홍보하고 계도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리라 본다. 법에 의한 강력한 단속 방법도 있다. 부족한 경찰 인력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카파라치를 적극 활용해보 것도 좋겠다. 범죄 예방 및 범인 검거에 CCTV가 한몫하는 것처럼 개인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 카메라가 CCTV 역할을 하면 어떨까.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그 모습이 찍힌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하면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


우리가 걸어 다니는 보도블록은 공동의 재산이다. 깨끗하게 유지 관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지자체에 있고 우리는 함부로 다뤄도 좋다는 시설물은 절대 아니다. 우리 모두 문화시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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