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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의 고향,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에 가다

기사입력 2018-12-28 08:48

버킷리스트 여행지⑬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 등 셀 수 없이 많은 명곡을 남기며 1970~80년대 전 세계인을 열광시켰던 전설의 록밴드 ‘퀸’.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상영되면서 그의 외로웠던 생애와 고향, 어린 시절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1946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잔지바르 섬에서 태어난 프레디는 인도계이면서 조로아스터교도라는 혈통으로 인해 어디에서도 온전히 안착하지 못하고 이방의 땅을 떠도는 난민 같은 삶을 살았다. 어린 시절 이름 ‘파로크 불사라’를 ‘프레디 머큐리’로 개명하고, 영국의 온갖 인종차별 속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활화산같이 불사르며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45세의 짧은 생애였지만 영원한 전설로 남은 드라마틱한 삶은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고 있다. 잔지바르 스톤타운 거리엔 프레디 머큐리의 집이 있지만 세계적인 여행자들도 모르고 지나칠 만큼 작고 소박하다. 영화의 영향에 따라 이곳이 더 큰 주목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샌드뱅크 요트 투어(이화자 작가 제공)
▲샌드뱅크 요트 투어(이화자 작가 제공)

보석 같은 휴식의 섬, 잔지바르

탄자니아 동쪽, 인도양에 떠 있는 잔지바르는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아름다운 휴식의 섬이다. 2000년 전 페르시아를 시작으로 오랜 시간 포르투갈, 오만, 영국 등의 식민 지배를 거치며 아프리카와 이슬람, 유럽 문화가 뒤섞인 독특한 문화적 색채를 갖게 된 잔지바르는 산호초로 둘러싸인 깨끗한 바다와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으로 천혜의 휴양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스와힐리(Swahili)어로 ‘걱정하지 마’라는 뜻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와 ‘천천히, 천천히’라는 의미의 ‘폴레폴레(polepole)’는 이곳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프레디 머큐리 갤러리 앞 필자(이화자 작가 제공)
▲프레디 머큐리 갤러리 앞 필자(이화자 작가 제공)

잔지바르행 페리엔 여행객보다 현지인이 훨씬 많다. 아랍 복장을 한 남자들과 차도르 차림의 여인들은 배에 오르자마자 얼른 자리를 차지하곤 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은 채 누워 자고 있다. 덕분에 배의 이쪽저쪽을 옮겨 다녀야만 했다. 병아리가 가득 담긴 박스와 갑판 난간에까지 빈틈없이 앉은 현지인과 함께하는 3시간의 페리 여행은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항구에 내려 다운타운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야자나무와 아랍 시대의 성곽이 어우러져 세상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차도르를 쓴 엄마와 아이들은 수줍은 미소를 띠며 “잠보(Jambo, 안녕)”, “카리부(Karibu, 환영해)”라고 인사한다. 그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중 하나로 남을 거라는 사실을.

▲‘카리부 잔지바르’라 쓰인 섬의 입국장(이화자 작가 제공)
▲‘카리부 잔지바르’라 쓰인 섬의 입국장(이화자 작가 제공)

아름다운 호텔로 변한 흑인 노예 감옥

잔지바르가 주는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은 마냥 철없고 예쁘기만 한 여인보다는 애달픈 사연을 간직한 여인에게 빠져버리는 느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휴양의 섬이지만 흑인 노예의 아픔이 묻어 있는 슬픈 땅이기도 하다. 오만의 지배를 받을 당시, 아랍의 술탄은 동아프리카에서 생포한 흑인을 이 섬으로 데려와 가둬놓았다가 아랍, 유럽, 미국 등 백인 상인들에게 팔았다. 15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약 400년간 아프리카에서 잡혀간 노예들의 수는 1000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총 몇 자루, 단검과 거울 몇 개, 럼주 몇 병, 손수건 몇십 장의 가치로 교환되었다. 노예 거래로 술탄은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흑인들은 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채찍을 맞고 갇혀 있어야 했다. 섬의 중심 스톤타운엔 노예시장터와 감옥이 그대로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스톤타운은 그 외에도 1000개가 넘는 석조 건물과 200여 개의 아름다운 조각 문양이 새겨진 문들로 유명하다. 아랍, 페르시아, 인도, 유럽, 아프리카 양식의 건축물과 다양한 문화가 혼합되어 아프리카에서 가장 이색적인 풍경을 품고 있다.

▲스파이스 투어(이화자 작가 제공)
▲스파이스 투어(이화자 작가 제공)

샌드뱅크 요트 투어와 스파이스 투어

잔지바르의 많은 매력 중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름다운 해변이다. 잔지바르 안에 있는 능위 비치(Nungwi Beach)나 파제 비치(Paje Beach)도 아름답지만 20달러면 즐길 수 있는 샌드뱅크로의 요트 투어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배낭 여행자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럭셔리 투어의 진수다. 잔지바르의 상징인 하얀 돛을 단 요트를 타고 한 시간여 인도양의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흑인 노예 감옥이었다가 부티크 호텔로 변한 프리즌 섬에 이르게 된다. 150년 산 거북이가 살고 있다는 이토록 아름다운 섬이 그 옛날 그렇게 끔찍한 감옥이었다는 사실에 잠시 아득해진다.

이곳에서 빼놓으면 안 될 또 하나의 투어가 바로 스파이스(spice, 향신료) 투어다. 100년 전부터 아시아와 동아프리카를 잇는 무역의 중심지였던 잔지바르는 ‘스파이스 아일랜드’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향신료가 가장 중요한 특산물이다. 농장 한가운데서 맛보는 풍요로운 현지 식사와 ‘카다몬’, ‘클로브’를 비롯해 ‘레몬그라스’, 말라리아 예방약으로 쓰이는 ‘클로로킨’과 ‘계피’, ‘생강’, ‘커피 열매’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 향신료 맛을 체험할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포로다니 야시장(이화자 작가 제공)
▲포로다니 야시장(이화자 작가 제공)

야시장에서 맛보는 피자와 아름다운 일몰

잔지바르의 밤은 낮만큼 아름답다. 어둠이 깔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시청 앞 올드 포트는 활기를 띤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독특한 모양의 배를 감상하며 유유자적 해변을 산책하다가 석양 무렵이 되니 섬 곳곳으로 흩어졌던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마을 청년들은 보란 듯 다이빙 솜씨를 자랑한다. 물과 함께 태어나 물과 함께 살아온 그들에게 바다는 집보다 더 친근하고 편안해 보인다. 출출함이 밀려들 때쯤 포로다니 야시장에서는 우리네 빈대떡을 닮은 잔지바르 피자를 비롯해 사탕수수 주스와 해산물 꼬치까지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항구에 앉아 인도양 저편으로 사라지는 태양을 보고 있으니 세상만사 ‘하쿠나 마타타’, ‘폴레폴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프리카 현대 미술 팅가팅가(이화자 작가 제공)
▲아프리카 현대 미술 팅가팅가(이화자 작가 제공)

TRAVEL TIP

가는 법 많은 비행기들이 과거 수도였던 다르에스살람으로 도착한다. 다르에스살람에서 페리로 3-4시간이면 잔지바르에 도착한다. 잔지바르는 입국할 때 탄자니아의 비자가 있어도 입국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비자가 다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황열병 카드와 함께 여권을 제시하고, 체류기간을 써야 하며, 이를 초과하면 벌금을 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추천 숙소/ Hotel & Guest House 잔지바르에는 해변 오두막에서부터 초호화리조트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으므로 각자에게 맞는 숙박시설을 선택하면 된다. 저렴하거나 중급 수준의 숙소는 올드 스톤타운에 집중해있다. 싼 곳은 1박에 10달러(약 만천원) 정도이고, 비수기에는 할인도 해준다. 바닷가 근처에 작은 수영장이 딸린 중급 숙소도 20-50 달러면 된다.

추천숙소 Coco De Mer Hotel(E-mail: cocodemer_znz@yahoo.com, Tel/Fax: +255(0)24 2230852)

▲골목길에서 만난 풍경 같은 사람들(이화자 작가 제공)
▲골목길에서 만난 풍경 같은 사람들(이화자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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