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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시인의 문학관에 가다

기사입력 2017-11-22 18:48

▲나태주 시인과 필자(박애란 동년기자)
▲나태주 시인과 필자(박애란 동년기자)
'꿈꾸는 시인' 나태주는 백편의 시를 쓰는 것보다 한편의 시가 백사람에게 알려져야 좋다고 하였다. 이분은 특이하게도 젊은 날 좋아하는 여성에게 차인 얘기를 이력에 써 넣는다고 하였다. 완전 자존감 쩌는 남자였다. 자못 흥미로웠다. 그 아픔으로 그는 엎어져서 울었다고 하였다.

'문학은 고통을 먹고 자라는 나무이다'

그 실연의 고통이 그를 시인으로 탄생시켰다고 하였다. 이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여자는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줬고 한 여자는 나를 남편으로 만들어줬다." 고.

▲'꿈꾸는 시인' 나태주(박애란 동년기자)
▲'꿈꾸는 시인' 나태주(박애란 동년기자)

수필가 피천득은 '봄'이라는 수필에서 첫사랑은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였다. 서로가 세월이 할킨 자국에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녀를 다시 만나보지는 않을 거라 했다.

풀꽃이 탄생된 배경은 그림을 그리려니 풀꽃을 자세히 볼 수밖에 없었단다. 자세히 보니 예쁘더란다.

그는 말했다.

"시의 특성은 개별성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시는 모든 인류가 이해하고 유용한(유명한이 아닌) 시여야 한다."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 사람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왜 시를 외면하는데요? 어려우니까 그렇지요. 시를 어렵게 쓸 필요가 있나요?"

그렇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 시의 역할이다.

광화문의 교보빌딩 꼭대기에는 커다란 글판이 있다. 거기에 적혀 있는 69개의 글귀 중 1위가 나태주시인의 풀꽃이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양지 바른 곳에 호젓하게 자리한 풀꽃문학관에는 그의 시가 적힌 병풍이 있었다. 그는 그림도 잘 그리셨다. 시에 들어간 삽화들도 직접 그린 것이라고 하였다.

▲풀꽃문학관(박애란 동년기자)
▲풀꽃문학관(박애란 동년기자)

어느 디자이너가 말했다. "새로운 디자인은 없다"고.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여 재생산하는 것이라고. 글도 마찬가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은 서로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20세때 본 소설,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에 나오는 말인데 나시인도 그런 요지의 문장을 구사하였다.

적산가옥이 그의 문학관이 됐는데 아주 소박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그와 잘 어울렸다. 그의 문학 강의가 얼마나 맛있던지 홀딱 빠져서 들었다. 시인의 어머니는 시인이란다.

"김용택의 어머니는 입으로 시를 쓰고 김용택 시인은 글로 씨를 쓴다"고 하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본 후 뵙고 싶었던 신영복 교수님을 끝내 못뵈었다. 나목'을 읽은 후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박완서 작가님도 세상을 떠나셨다. 나태주 시인을 직접 뵙고 강의를 들으니 너무 좋았다. 다른 분들도 이분이 살아 계실 때 만나 뵙고 그의 달관한 인생관과 가슴이 따스해지는 문학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하셔서 풍금도 잘 치셨다. 그 풍금소리에 맞춰서 '오빠 생각'과 '어머니의 마음'을 제창했다. 어머니의 마음을 부르며 나는 또 질곡의 삶을 살아낸 우리 엄마를 생각하며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만하루'가 있는 산에는 노오란 은행잎 비가 내리고 있었다. '휘잉' 몰아치는 세찬 바람에 커다란 몸짓으로 내리고 있었다. 나뭇잎들은 미련 없이 나무를 떠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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