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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지 오웰의 '1984'

기사입력 2017-11-03 14:56

▲명동 예술극장에서 <1984> 연극을 봤다(박혜경 동년기자)
▲명동 예술극장에서 <1984> 연극을 봤다(박혜경 동년기자)
아름답게 깊어가는 가을날, 필자로서는 좀 난해한 연극 한 편을 보게 되었다. 바로 조지 오웰의 <1984>. 대학 시절에 과제 때문에 힘들게 억지로 읽었던 소설이다. 빅 브라더가 세상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세뇌시킨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주제다. 이 작품이 쓰인 1948년에 오늘날의 CCTV와 같은 감시기인 텔레스크린을 상상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소설 속 배경은 빅 브라더가 감시하고 통제하는 세상이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는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방송을 내보내고 조작된 통계자료로 판단력을 흩트려놓는, 제거할 수도 없는 기계로 오늘날의 CCTV처럼 감시와 통제를 하고 당에 반항하는 행동을 하면 처벌을 받는 암울하고 어두운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 옛날에 사람들을 감시하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상상 속 기계가 우리의 현실에서 CCTV로 존재한다는 점이 두렵기도 했고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해보였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는 감시 시스템인 빅 브라더가 철저하게 자유를 통제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윈스턴은 조작된 기억에서 벗어나 그저 일기를 쓸 수 있는 소박한 꿈을 꾼다. 당은 사상경찰과 텔레스크린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끊임없이 국민을 감시한다. 외부 당원인 윈스턴은 당을 위해 과거 기록들을 삭제하거나 조작하는 임무를 갖고 있지만, 점점 당에 대한 불신이 커져 마음속에 담아둔 진실을 자신의 일기장에 하나씩 기록한다. 그리고 어느 날 일기장이 발각되어 윈스턴은 조사실에 끌려가 끔찍한 고문을 받는다. 고문자는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몇 개냐고 묻고 윈스턴이 4개라고 답하면 무자비한 전기고문을 한다. 결국 그는 4개를 5개로 말하는 세뇌 상태에 이른다. 또 그에게는 사랑하는 줄리아가 있었는데 그녀도 같은 고문을 받는다. 고문이 심해지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배신한다.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고 파멸되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비록 연극이었지만 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감시받고 통제되는 사회가 두려웠다. 한편으로 무대 위의 노련한 배우들 연기에 흠뻑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명동의 예술극장에서 연극을 보게 되어 매우 기뻤다. 이곳은 필자가 여고 시절 연극배우를 꿈꾸며 자주 드나들었던 추억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멋진 예술극장이 한동안 증권사 건물로 바뀐 적이 있었다. 경제학을 전공했던 필자가 교수님을 따라 견학을 와 보기도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그 후 다시 문화공간으로 되돌아와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묵직한 감동을 준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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