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면 먹을 때 김치를 안 준다
2. 식후에 커피를 못 마시게 한다
3. 삼겹살에 소주를 못 마시게 한다
4. 요거트 먹을 때 뚜껑을 핥지 못하게 한다
5. 화장실에 핸드폰을 못 가지고 가게 한다
6. 인터넷 속도를 10mb 이하로 줄인다
7.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게 한다
8. 엘리베이터 문 닫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한다
9.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못하게 한다
10. 길거리 보행 중에 흡연을 못 하게 한다
11. 전철 안에서 핸드폰을 못 만지게 한다
12. 전철에서 내릴 사람이 먼저 내린 뒤 타게 한다.
이 내용을 카톡으로 보는 순간 ‘아~ 맞다.’ 공감이 갔다.
습관처럼 반복하던 행위라도 한 번쯤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별생각 없이 중독되어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몇 개의 항목은 필자가 임의로 덧붙이다 보니 늘어났다.
위의 항목 중에서 해당하지 않는 것이 많을수록 가정환경 좋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한다면 의아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행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
외국에서 김치 없는 라면을 처음 먹었을 때 얼마나 밍밍한 식사였는지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식후의 달달한 믹스커피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식당에서 후식으로 주는 무료 커피가 경쟁적으로 생겼다.
배곯던 시절에 대한 보상으로 고기를 무섭게 먹던 때는 산에 고기 굽는 연기가 구름처럼 자욱하기도 했었다. 잔 부딪치며 맛있게 넘기는 소주는 박카스처럼 서민에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친숙했다.
사실 요거트 뚜껑을 열었을 때 뚜껑에 붙은 요거트가 얼마나 푸짐하게 묻었는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핥게 되는데 나만이 아니고 모두 그러고 있었나 보다.
1~4번 항목은 먹는 것에 관련된 습관이다. 다음 5~12번 항목 모두 우리가 평소 얼마나 급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시간을 절약한답시고 화장실에 핸드폰을 가지고 가면 핸드폰 중독이라고 한다. 얼마나 쓸데없는 정보를 보느라고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가벼운 흥밋거리 위주의 내용을 보이고 광고를 보게 하는데 우리는 종종 낚인다.
인터넷이 느리면 조급한 마음에 마구 클릭하게 되고 결국은 더 엉키기 마련이고 나중엔 마우스가 먹통이 되어 강제로 컴퓨터의 전원을 뽑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증기기관차같이 머리에서 김이 난다.
위 내용 대부분이 우리가 쫓기며 산다는 얘기다. 세상은 빠르고 많이 편리해졌지만 우리는 그것에서 얻은 잉여시간을 얼마나 누리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달려도 간극을 좁힐 수 없는 초조함을 느끼게 되는 까닭을 모르겠다.
스마트폰에 쌓이는 정보를 다 볼 수는 없지만 안 보면 불안하다. 배고프지 않을 때의 식욕처럼 보고 싶지 않을 때도 확인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편리함을 주는 대가로 주종관계가 종종 바뀌고 있다. 내 시간을 내가 사용하려면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뽀얀 속살이 보이게 될 때 비로소 내가 사는 것이다. 도시에서 온갖 편리함을 누리는 사람이 전원에서 기본적인 것만으로 사는 사람보다 더 바쁘고 정신없고 경쟁적으로 산다. 얼마나 자신을 돌보며 살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