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글을 많이 쓰는 비결은 비교적 글을 빨리 쓰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리지만, 속도도 제법 빠르고 오탈자를 바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격주로 일간신문 독자 모니터 일을 한다. 그 주 며칠간의 신문기사를 보고 관심 기사에 대해 독자 입장에서 자기 생각을 올리는 것이다. 필자 외에도 그런 일을 하는 모니터가 몇 명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니터가 원고를 못 보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해당 기간 중에 해외여행을 하거나 바빠서 혹은 몸이 아파 원고를 못 보내는 경우다. 보내온 원고 내용이 비슷하면 한 편 외에 다른 원고는 활용이 안 된다. 그럴 때면 아침에 필자에게 연락이 온다. 무슨 기사와 관련해 급히 기사를 보내달라고 한다. 마감 시한이 당일 오후 4시까지다. 필자가 원고를 빨리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별일 없으면 점심시간 이전에 보내주곤 한다. A4 3분의 1 정도 분량이면 10분, 절반 정도의 글이면 20분 정도면 한 꼭지를 쓴다. 그래서 긴급 요원으로 활용이 되곤 한다.
글을 빨리 쓰려면 무엇을 쓸 것인지가 머릿속에 먼저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자판을 통해 글로 쓰면 되기 때문에 자판 두드리는 시간만 필요할 뿐이다. 당연히 머릿속에 정리된 글의 내용이 중요하다. 기사의 핵심 내용을 보고 필자의 생각과 만나게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시사 상식과 경험이다. 평소 세상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모니터가 쓸 글은 사회면에 난 기사로 한정되어 있다. 모니터가 정치, 경제를 논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문화와 스포츠도 모니터가 글을 쓰기에는 한정적이다. 오피니언 란의 글들도 해당되지 않는다. 사회면 기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거나 개인적인 생각이나 시각이 기사와 다를 때 좋은 모니터 글이 나온다.
그다음은 뼈대를 잡고 살을 붙이면 된다. 집을 지을 때 기초 위에 기둥을 세우면 절반은 완성된 셈이다. 이후 벽을 막고 바닥과 천장 공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마감 공사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바로 뼈대에 살을 붙이는 과정이다. 마지막 과정은 다듬는 일이다. 문장을 매끄럽게 고치거나 문맥이 맞게 조정하는 작업이다. 데스킹에서 손볼 것이 없다는 평가는 칭찬이다.
모니터 글 외에 다른 글도 같은 요령으로 쓴다. 그러나 A4 분량이 안 되면 붙잡고 있어봐야 글이 완성되지 않는다. 일단 저장해두고 어떤 글을 덧붙일 것인가 계속 고민한다. 떠오르지 않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살아난다. 관심을 갖고 있으면 덧붙일 내용이 보이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도 그냥 지나칠 내용이 저장해둔 글과 접목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일상에서도 생각이 닿으면 그 방면으로 글감이 이어진다.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다. 그래서 글은 사람을 늘 생각하게 만든다. 미완성 글로 저장해둔 것이 많으면 다하지 못한 숙제처럼 머릿속에 남아 완성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