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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에 까칠한 그녀

기사입력 2017-08-23 11:19

댄스를 가르치면서 스킨십은 피할 수 없는 방법이다. 말로도 어느 정도 뜻을 전달할 수는 있어도 스킨십보다는 효과가 적다. 그런데 상대가 이성이고 거기 더해서 시각장애인일 경우는 난감해진다.

어깨가 올라간 경우 어깨를 내리라고 여러 번 얘기하지만, 초보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간다. 어깨가 올라가면 목이 움츠러들어 보기에 안 좋다. 목을 길게 빼고 어깨를 내려야 목선이 길어 보이고 어깨선도 따라서 예뻐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스텝에 신경 쓰다 보면 어깨가 올라가는 것을 자신은 잘 모른다. 그래서 어깨 내리라며 가끔 올라간 어깨를 가볍게 툭 쳐 준다. 그런 것도 싫다는 것이다. 같은 여자끼리도 자기 몸에 터치하는 것이 싫다니 남자인 필자가 그럴 때는 더 싫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 시각장애인 여성은 춤을 위해 잡는 손 외에는 일절 자기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것이었다.

댄스스포츠가 처음 이 땅에 들어 왔을 때 수강생 중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다. 라틴댄스는 남녀가 최소한 한 손은 맞잡고 춰야 된다. 그 외에는 남자의 오른 손은 여자의 견갑골을 잡고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모던댄스는 한손은 손끼리 잡고 한 손은 남자는 여자의 견갑골,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잡지 말고 춤을 추자는 여자도 있었다. 수강생들이 줄을 서던 강남의 한 댄스 강사는 첫 시간에 이 점을 강조했다. 이성과 홀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은 댄스스포츠를 배울 자격이 안 되었다며 나가 달라고 했었다. 실제로 나가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왈츠 탱고 같은 모던 댄스는 손뿐 아니라 스킨십의 강도가 더 심하다. 다리 사이로 파트너의 다리가 교차되어 들어오고 나가므로 다리끼리의 스킨십은 필수이다. 또 회전할 때 회전 반경을 최소화하여 회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벨트 부분이 맞닿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킨십을 꺼리는 사람은 이때 오히려 히프가 뒤로 빠진다. 민감한 부위가 닿을까봐 미리 꺼리는 마음이 동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면 회전 반경이 커져서 회전이 어려워진다. 보기에도 안 좋다. 그렇게 하면 히프는 떨어지지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져 가슴 부분이 닿는다. 얼굴도 가까워진다. 서로 대각선 반대방향으로 헤드 방향이 향해야 하는데 그런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춤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사람에 따라 스킨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사람끼리도 말할 때 툭툭 치며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기 말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주의를 촉구하는 행위이다. 습관이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스킨십을 꺼리는 마음이 이해는 된다.

동호회원들끼리 30년 춤을 추면서 스킨십에 대해 별도로 신경 써 본 적은 거의 없다. 상대를 이성으로 보기보다 춤 파트너로 보기 때문이다. 댄스 강사로 여성들이 대부분인 수강생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면서도 스킨십으로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로 하고 있는 일에서 스킨십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주 안 보이는 전맹은 처음에 세 사람이 붙어서 팔, 다리, 머리, 상체를 잡아줘야 춤을 가르칠 수 있다. 전맹은 아주 안 보이기 때문에 스킨십은 불가피하다. 생업으로 안마나 마사지를 하고 있으므로 스킨십에 대해 익숙하기도 하다. 그런데 약간 보이는 약시 중에 민감한 사람이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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