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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량지의 새벽

기사입력 2017-05-02 09:44

▲세량지의 아침(이현숙 동년기자)
▲세량지의 아침(이현숙 동년기자)
새벽 댓바람에 그곳에 닿으려면 밤새도록 달려야 한다. 자정 무렵 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그곳에 도착해 우리를 어둠 속에 내려놓았을 때는 새벽 5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버스에서 내려 세량지까지 걸어갈 때 코끝에 스치는 새벽 공기는 마치 박하 향기 같았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산길을 걷다 보니 어둠이 서서히 풀렸다. 멀리 저수지가 보이자 일행은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그 탄성은 산하의 아름다움에서 나온 감탄사가 아니었다. 멀리 보이는 저수지 언덕 위에 수백 명의 사진 애호가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가히 인파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그들은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거나 자동차 안에서 이슬 내리는 새벽을 맞았으리라.

사진 인구가 천만이 넘고 바빠진 카메라 시장 이야기가 필자의 귀에까지 들리고 이렇게 직접 눈으로도 확인된다. 필자도 이전엔 사진을 찍기 위해 먼 곳으로 달려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까운 곳으로 잠깐씩 나가는 정도다. 이번엔 우리 지역 사진가들과 함께 하는 출사여서 한동안 못 보았던 분들도 볼 겸 오랜만에 참여했다.

먼저 와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린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었다. 삼각대 세울 자리조차 없어 이리저리 틈새를 찾아 잠깐씩 카메라를 들이밀고 셔터를 누른 뒤 얼른 빠져나오곤 했다. 어떤 사람은 이날 모인 인원이 천 명 가까이는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세량지의 모습은 수천 점의 사진에 담겼을 것이다. 실소가 나왔지만 어차피 필자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필자는 그럼에도 사진의 대중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현대 사회의 기록물로 사진은 빠질 수 없는 장르다. 예술작품으로 남지 않아도 개개인들의 감성과 여가활용 측면에서 사진은 순기능이 많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는 건강도 좋아지고 감성도 자극된다. 또 이런 열정들이 차츰 프로페셔널한 개성을 만들고 사진 예술의 경지를 이루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무튼 수많은 군중 속에서 세량지의 새벽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산벚꽃과 복사꽃이 물안개와 함께 이루어내는 반영이 신비로웠던 날이었다.

세량지(細良池)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에 있는 저수지이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1969년 준공되었다. 봄이면 연분홍빛으로 피어나는 산벚꽃과 초록의 나무들이 수면 위에 그대로 투영되는데, 햇살이 비칠 무렵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어우러져 이국적 풍광을 빚어낸다. 또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든 산과 어울려 경관이 아름답다. 이 때문에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출사지(出寫地)로 알려져 있다. - 네이버 지식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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