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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의 운명에서 바라본 ‘외도’

기사입력 2017-03-06 16:12

외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만 년 전 세계 인구는 500만 명이었는데 1만 년이 지나 서기 1년에는 2억5000만 명이 됐다. 그리고 1000년에는 5억, 2000년에는 60억 명이 됐다. 2030년에는 100억 명을 예상하고 있다.

생명이란 번식 능력을 특징으로 한다. 유전자는 생명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알려주는 일종의 제작 설명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속에 정보화되어 전체가 완벽하게 다 들어 있는 것이 바로 염색체다. 나라는 몸 역시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형체에 불과하다. 내 유전자가 진정한 내 생명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또 나라고 생각하는 개체는 복제품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기계에 불과하다. 개체는 생명의 한계가 있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 번도 끝나지 않고 지금도 계속 그 DNA를 모두 갖고 부분적으로 더하거나 빼면서 살고 있다. 심지어 죽은 세포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주라기 공원>이라는 영화를 보면 DNA는 피를 빨아먹은 모기의 몸 속에도 남아 있지 않은가.

자연은 지구라는 제한된 한계의 자원을 보호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한다. 그래서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쥐떼가 바닷물로 뛰어든다든지, 박쥐떼가 동굴 벽에 부딪치는 등 한꺼번에 자살을 시키고 벌이나 개미처럼 하늘에서 수태가 완료되거나 알을 낳거나 수정을 완성시키면 가차 없이 수컷을 제거한다.

수컷은 태곳적부터 이제까지 이어온 완벽한 유전자를 완벽한 토양에 심어 건강한 유전자를 이전과 현재보다 더 나은 복제품으로 남겨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태어났으니 완수하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복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인 것이다.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손대대로 물려주는 유전자뿐이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에 반기를 든 것이 인간이다. 자신이 할 일을 다 했으면 사라져야 하는 법칙을 어기고 영생을 꿈꾸는 자연의 반역자가 인간인 것이다.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려야 하는 임무를 갖고 태어났기에, 암컷을 보면 이성이 마비되고 오로지 유전자 퍼트릴 생각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본능이다.

이 행위는 어떤 동물도 암컷의 배란기에만 가능한 수태 행위를 인간만이 늘 가능하게 한 신의 걸작품 중 하나다. 암컷은 자신이 갖고 있는 유전자와 전혀 다른 유전자를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출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며 좋은 유전자를 받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애쓴다. 특히 배란기가 되면 이성적 판단보다는 콩깍지가 씌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이 맹목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인간의 외도는 다른 무엇과도 섞이지 않은 인간이라는 하나의 개체가 유전자를 복제하기 위해 일관되게 준비되어온 행위를 윤리, 이성이라는 잣대로 억압해놓은 데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행위다.

그렇다면 외도의 예방은 가능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수컷이길 거부하기 전에는 유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단, 인간이기에 사회적, 윤리적 도덕관에 입각한 억제력을 발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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