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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아트마인' 폐허에 피어난 꽃

기사입력 2017-02-13 10:40

▲ 문화예술 광산으로 변신해 2013년 5월 개장한 삼탄아트마인(손웅익 동년기자)
▲ 문화예술 광산으로 변신해 2013년 5월 개장한 삼탄아트마인(손웅익 동년기자)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봄은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평일에 휴가를 내서 정선으로 새벽에 출발했습니다.

정선 삼척탄좌 폐허에 피어난 꽃을 보기위해서...

원주 치악산을 지나면서 엷은 주황의 여명이 부드럽고 잔잔한 색으로 고속도로 위로 펼쳐집니다.

제천을 지나고 동강을 가로질러 정선으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산비탈에 그대로 남아있는 눈과 나목들이 겨울분위기를 한껏 살립니다.

이제 연탄은 구경하기도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연탄이 필요한 이웃이 많은 현실이기도 합니다.

모든 시니어들에게 연탄에 대한 사연이 많을 것입니다.

필자는 어릴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며칠 간 혼수상태로 거의 세상 뜰뻔 한 적도 있습니다.

탄광에서 일했던 수많은 광부들의 사연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이제 가동이 멈추고 사람들이 다 떠나 텅 빈 자리, 그 검고 어둡고 추운 공간에 꽃이 피었습니다.

평생을 해외에 다니면서 예술 작품을 모은 이가 있습니다.

그가 평생 모은 예술품을 정선 삼척탄좌 폐허 건물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디자인을 입혀 감동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저는 ‘삼탄 아트마인’을 둘러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의 지원 하나 없이 그렇게 큰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사명감이나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시작품도 좋고 멋진 숙박 공간, 레스토랑, 음향과 조명을 잘 갖춘 공연장도 있고 주변에 멋진 자연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근처에 하이원리조트도 있고 한 시간 안에 동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태양의 후예’를 촬영해서 그나마 좀 알려지긴 했고 그 덕분에 중국관광객도 많이 왔지만 작금의 사드사태로 이제는 방문하는 중국관광객도 거의 없습니다.

대표님과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겨울을 나는 것이 너무 힘겨워 보입니다.

문체부에서 이곳을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에서 보듯 국가예산, 즉 국민세금은 엉뚱한 곳으로 다 새나가고 정작 사재를 털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런 곳에는 운영비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앞에 절망합니다.

필자는 이렇게 멋진 문화공간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작은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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