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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수학 숙제를 풀면서

기사입력 2017-01-23 09:55

필자는 아들집에 가면 석 달 가량 머문다.

거리가 멀고 경비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 번 방문의 길이는 대체로 그렇게 공식화 되어버렸다 며느리는 퇴근하여 집에 오면 저녁준비와 아이들 숙제봐줘야하는 두 가지 일을 급하게 해야 한다. 어린아이는 일찍 재워야 다음 날 일어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을 때다 1학년 수학이야 봐줄만할테지 아무리 커리큘럼이 달라졌다고 하여도, 이런 마음으로 필자는 손자의 숙제를 봐주고 며느리가 저녁 준비를 하였다,

두 자리 수를 합하는 덧셈의 간단한 문제다 가령 12에다 34를 더하는데 여러 방법이 있다 먼저 10과 30을 더하고 2와4를 더하는 필자가 알고 있는 방법, 20과 40을 더하여 8과 6을 빼는 방법, 12에다 30을 더하고 4를 더하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고 낮은 숫자의 합산에 이리 복잡해야 할 목적은 어디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계산기와 컴퓨터 기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초부터 기계 산출의 원리가 적용되는 거구나 싶기도 했다. 초등 1학년은 워낙 기초단계라 필자가 금방 계산법은 터득하였는데 당황하게 된 것은 문제가 숫자합산의 절대수가 답이 아니라 답을 찾는 길이 물음이란 것이다

예를 들어 46이란 수가 답이 되지를 않고 46을 산출하는 방법이 요구하는 항목에 따른 문제다. 물음에서 요구하는 방법과 수가 맞는 것이 정답이다. 차라리 합산의 수는 틀리더라도 문제가 요구하는 방법이 맞으면 정답이다.

숙제를 검사하는데 필자는 마지막 답의 숫자가 맞으니 맞는 걸로 알고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숙제를 끝냈다. 다음 날 선생은 손자의 숙제에서 틀린 답을 체크하여 보내주었다 필자는 선생이 실수한 거라고 며느리한테 숙제 노트를 보여주었더니 “틀렸잖아요!” 한다. 문제는 산출하는 방법이었다.

학문의 가장 기초인 수학, 수학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숫자의 가감승제가 시간이 다르다고 그 방법이 다르다니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학창시절 수학에는 두각을 나타내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생의 숙제 봐주는 학습지도도 할 수 없다니 뒷방 할머니 된 기분이라 입맛이 썼다. 문제를 자세히 읽어보고 이해가 되었지만 초장에 이미 바뀌어 버린 교과과정에 겁을 먹어 그 후로는 손자의 숙제는 며느리가 맡았다.

수학도 시류를 따른다는 표현으로 친구들에게 내 경험을 말하며 과학의 빠른 발전을 농으로 삼기도 한다. 필자가 수학을 처음 만났을 때는 수는 기본 가감은 한 자리수에서 철저한 암기였다. 엄마 아빠라고 실존하고 있는 인물을 직접 경험하게 하면서 말을 가르치듯 숟가락을 보여주면서 숟가락이란 말을 가르치듯 셋에다가 둘을 더하면 다섯이 되는 수량을 보여주면서 주입된 산출이 아닌 단순한 인식이었다.

그 인식을 바탕으로 수학이 커져가면서 공식이란 것이 나타났다. 물음마다 맞는 공식을 사용하여 대입한 수는 정확한 답이 나왔다. 합하여지고 빼고 나누어짐으로 발생하는 수가 표현 할 수 있는 많은 수학적 원리의 기초는 없었다. 수학이 바탕이 되는 어마어마한 원리, 지표, 인식과 이해의 세계를 생각하면 수학교육의 변화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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