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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LaLa Land)

기사입력 2016-12-16 17:19

음악과 춤 영화라고 해서 서둘러 개봉관을 찾았다. 이런 영화는 매니아 외에는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금방 종영되기 때문이다.

춤은 탭댄스 일부와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비에니즈 왈츠가 나왔다. 영화 ET에서 자전거를 타고 창공을 나르는 듯한 환상적인 배경이다. 정통 비에니즈 왈츠에서 약간 변형하여 두 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 좋았다.

이 영화의 광고 포스터는 요란하다. 광기의 드러머를 소재로 했던 영화 ‘위플레쉬’를 만들었던 감독 데미언 채즐 작품이다.

제73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여우주연상을 수상,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제52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개막작,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작 등으로 성가를 높였다. ‘올해 가장 황홀한 경험’, ‘넋을 잃게 황홀하다’, ‘가장 창의적인 영화’, ‘이 영화는 마법이다’ 등의 찬사를 받았다.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주연상 등 주요부문의 수상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주연에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 역으로 라이언 고슬링, 배우 지망생 미아 역으로 엠마 스톤이 출연했다.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짜증이 극에 달할 만한데, 차 안에 있던 젊은이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도 나와서 LA 시내를 내려다보며 춤을 춘다.

라라랜드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다. 황홀한 사랑과 함께 LA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장면이 넘어간다. 둘은 각자 분야에서 미완성의 상태에서 만나 각자의 무대를 만들어 간다. 순수한 희망이 있을 때이다. 세바스찬의 음악 세계에서 부딪히는 갈등, 미아의 오디션 탈락 등 인생의 험난한 고비를 겪는다. 포기할 수도 있으나 결국 포기하지 않고 열정으로 도전하여 성공한다는 얘기이다.

세바스찬의 재즈 피아노 연주 솜씨는 볼만하다. ‘위플레쉬’의 드럼만큼은 안 되어도 재즈 피아니스트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미국에서도 재즈의 유행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유행에서 퇴색하면 퇴물이 되는 것이다. 업주의 취향과도 안 맞으면 해고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재즈 카페를 열어 자리 잡는다.

몸뚱아리 하나로 승부해야 하는 배우 미아가 오디션을 보는 과정은 처절하다. 죽도록 연습해온 연기를 초반에 잘라버리는 무례함과 수모를 수없이 겪어야 했다. 애써 오디션 연기를 하는데 정작 심사 측 사람들은 잡담이나 하고 딴 짓을 한다. 이 계통 사람들이 원래 좀 그런 면은 있다. 일인극을 연습해서 무대를 빌렸는데 관객이 한 명도 안 왔다. 꿈을 포기할 만하다. 그러나 운명의 지푸라기가 나타난다.

사랑만 생각했다면 미아가 파리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 생활을 위해 장기간 떨어져 있어야 했다. 다 포기하고 둘이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각자의 미래가 더 중요했다.

교통체증으로 지방도로로 빠져 남편과 들른 재즈 카페가 세바스찬이 희망처럼 얘기하던 상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 주인은 세바스찬이었다. 둘이 뜨거운 포옹이라도 했어야 했지만 둘 사이를 모르는 남편이 있었다. 멀리서 미소로 만남의 기쁨을 표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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