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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하는 게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다

기사입력 2016-11-29 16:10

▲부부란 평생을 같이 걷는 사람이다(조왕래  동년기자 )
▲부부란 평생을 같이 걷는 사람이다(조왕래 동년기자 )
필자가 잘하면 세상살이가 다 잘될 줄 알았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필자가 모범을 보이고 반듯하게 살아가면 저절로 식구들이 따라오고 가정은 화목하고 만사는 형통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필자가 정한 룰(rule)대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필자만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입을 닫아버린 아내와 반항하는 아이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젊었을 때는 몰랐다.

그러던 중 필자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후배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후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다가 큰 결심을 하고 야간 대학원에 진학했다. 주경야독으로 열심히 공부해 박사학위도 받고 공업고등학교 교사로 전직하면서 안정적인 직장도 얻었다. 야간에는 대학에서 시간강사로도 뛰었다. 후배이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 존경스러웠다. 당연히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멋진 남편이자 자랑스러운 아빠일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아빠를 보고 자라는 자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적 또한 상위권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후배 부인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풀이 죽어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은 눈만 뜨면 공부만 하는 아버지 모습에 질려버렸다는 것이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아내도 남편이 가족들과 외식 한 번 하지 않고 놀러가지도 않으면서 언제나 공부하는 모습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남편이 존경스럽다가도 어느 날은 답답해서 책을 불살라버리고 싶은 충동도 든다고 했다. 뛰어난 선수는 훌륭한 코치가 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나는 해냈는데 너는 왜 못하느냐?” 하고 선수를 질책해서 선수들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후배도 마찬가지였다. 자기를 본받지 않는다고 아이들을 다그치기만 했다. 결국 아이들은 밖으로 나돌았고 아내는 중간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늘 노심초사했다. 후배는 공부에 흥미가 없는 자식의 마음을 못 읽었고 아내의 마음도 얻지 못했다. 결국 가정을 화목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한 가장이었다.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해도 즐겁지 않다. 가정이 화목하려면 가장은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짐승들의 수컷은 씨만 뿌리지 새끼는 돌보지 않는다. 원래 좋은 아버지란 없다. 좋은 남편이 좋은 아버지다. 자식에게 잘하려 하지 말고 아내에게 잘하라는 말이 있다. 아내도 따지고 보면 남이다. 남에게 존경받으려면 남을 섬겨야 한다. ‘크려거든 남을 섬겨라(慾爲大者 當爲人役)’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아내로부터 존경받고 대접받으려면 아내를 먼저 섬겨야 한다. 필자는 아내를 섬기기 위해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가정의 화목은 물론 필자도 돌보고 있다.

첫째, 아내를 항시 앞에 내세운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라 해도 식성은 각자 다르다. 필자와 딸은 바닷고기인 회를 좋아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소고기 같은 육지 고기를 좋아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또 달라진다. 외식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메뉴를 통일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필자가 가장이고 돈을 내니까 ‘나를 따르라’고 하지 않는다. 필자는 무조건 아내를 앞세운다. 아버지의 권위로 자식들에게 한마디 한다. “너희들은 젊다. 앞으로 좋은 것 먹을 기회는 많다.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으로 음식을 정하자.” 필자를 따르라고 했으면 독재 운운하며 뒷말이 나왔을 테지만 아내를 앞세우니 뒷말이 없다. 그러면 아내는 미소 지으며 필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택한다. 명분과 권위는 아내가 가졌지만 실리는 필자가 챙기는 것이다. 이렇게 아내의 권위를 세워주면 아내는 필자의 배려에 화답하듯 “아버지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하자”며 이번에는 필자의 권위를 세워주려고 애쓴다.

둘째, 아내의 돈 씀씀이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아내는 집에 새 그릇이 넘치는데도 백화점 쇼핑 중에 예쁜 그릇을 발견하면 사고 싶어 안달한다. 예전 같으면 ‘NO'라고 단호하게 말했겠지만 지금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이왕에 샀다면 잘 샀다고 오히려 칭찬을 해준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선물로 주라고 조언만 한다. 좋은 물건을 갖고 싶어 하고 자식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여자들의 본능이다. 아내는 쇼핑 중독자는 아니다. 자기 딴에는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것인 만큼 간섭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고 상책이다. 필자가 못 사게 한다면 아내는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남편에게 들키고 야단맞을까봐 숨기고 가계부를 조작할지도 모른다. 가족 구성원이 비밀이 많으면 가정은 불안해진다. 지키는 사람 열 명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이럴 바에야 아내에게 사고 싶으면 사라고 한다.

셋째,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

부부간의 충돌은 대부분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말하고 싶은 여자와 듣지 않는 남자가 있다. “여보 이 옷 입고 갈까, 저 옷 입고 갈까?” 아내는 속으로는 이미 결정을 하고서도 필자의 의견을 묻는다. 이럴 때는 눈치를 봐가며 맞장구만 쳐주면 된다. 솔직히 내 눈에는 그 옷이 그 옷이다. 학교 동창회 다녀와서는 필자가 모르는 친구들 이야기를 재잘거린다. 처음에는 그런 말들을 왜 필자에게 하는지 짜증이 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참고 들어준다. 아내가 하는 말 중간 중간에 추임새만 넣어주면 만사 오케이다. 아내가 콧노래를 부르고 말이 많아진 날은 기분이 좋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나이 들어 두 식구만 사는 집에 한 사람이 기분 좋으면 나머지 사람의 기분도 따라서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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