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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을 누릴 줄 모르는 사람들

기사입력 2016-11-02 13:20

▲작은 행복을 누릴 줄 모르는 사람들(박미령 동년기자)
▲작은 행복을 누릴 줄 모르는 사람들(박미령 동년기자)
얼마 전 방송을 보다가 한 출연자가 인터뷰 끝에 “이젠 정말 행복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한참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물론 ‘행복하고 싶어요’라는 표현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 아마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의미의 표현일 것이다. 생각에 잠긴 것은 틀린 어법 때문이 아니라, 순간 그녀의 어두운 표정이 오버랩되며 도대체 ‘행복이 뭐길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얼굴이 밝은 사람이 별로 없다. 친구들을 만나도 대부분 어두운 얘기다. 살림살이 걱정, 자식 걱정, 남편 걱정, 심지어 잘사는 이들도 걱정거리가 반드시 있을 거라는 걱정까지 한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행복을 갈구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행복을 갈구하는 것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그나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는 수많은 뉴스들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행복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인다. 정치, 사회, 경제는 물론 노인 문제, 청년 문제 등 도통 바람 잘 날 없고 갈등투성이다. 먹고 살 만한데 갈등은 왜 이렇게 많고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만일 행복이 좋은 환경에서 오는 것이라면 우리나라는 분명히 불행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시각을 외부로 돌리면 우리나라를 부러워하는 나라도 무척 많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나라가 된 것은 아무리 평가절하하더라도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자기 나라를 비하하고 불행하다며 환경을 탓하는 것을 보며 의아해한다. 남들은 부러워하는데 스스로 불행하다고 자조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만약 물질적 행복에만 한정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 많았던가.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어떻게든 대학을 나왔고, 어렵지 않게 취직도 했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집도 샀다. 제법 괜찮은 자동차도 굴리고 자녀들도 대학을 졸업시켰다. 이만하면 행복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연속해서 일어났는가. 그런데 그 행복들은 다 어디 갔는가?

우리의 불행은 어쩌면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삶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숨 가쁜 성장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놓쳐버렸다. 기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것에만 집중했지 창밖에 스치는 아름다운 풍경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불행의 원인은 어쩌면 망각일지도 모른다.

행복 연구가임을 자처하는 연세대학교 서인국 교수는, 행복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나 결과적으로 도달하는 목적지가 아닌 인간 생존의 수단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행복은 막연히 추구하는 추상적 대상이 아니라 매 순간 생존을 위해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생활 속의 방법들인 셈이다. 대단한 ‘한방’을 노리지 말고 매 순간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라는 충고다.

막심 고리키는 “행복을 두 손에 꽉 잡고 있을 때는 그 행복이 작아 보이지만, 그것을 풀어준 후에야 비로소 그 행복이 얼마나 크고 귀중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온 나라가 ‘행복결핍증후군’에 빠져 있는 요즘, 한 번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작은 행복들을 찾아볼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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