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어쩌다 싱글 PART7-2] 초고령사회와 독신 노년의 연애

기사입력 2016-11-18 16:11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글> 이규현(교육학 박사, 행정학 박사)

인간은 올 때도 혼자 왔고 갈 때도 홀로 갑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은 혼자 살 수 없는 가냘프고 나약한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남자를 만들어놓고 홀로 있는 것이 보기에도 안 좋고 불안해서 남자를 재운 뒤 그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서 여자를 만들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남자로 만들어 서로 도우며 살아가라고 하시지 않고 여자를 만들어 남녀가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살아가라고 하셨을까요? 그것은 남녀의 성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동성끼리는 신이 바라는 종족 번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또 인간은 성적인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위대한 사랑과 배려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라는 이름으로 둘이 만나 살다 보면 어느 한쪽이 먼저 작별을 고하게 돼 있는 것이 인간의 한계입니다. 한쪽 배우자가 떠나고 나면 남은 한 사람은 밀려오는 고독과 싸우며 살아야 합니다. 물론 고독감은 고령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고 일생 동안 느끼며 사는 것이지만 특히 고령자가 되었을 때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외톨이가 되었을 때 깊은 고독을 느낍니다. 배우자가 살아 있을 때도 고독은 있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 가장 큰 고독을 느끼는 것입니다. 식사를 같이할 사람, 잠을 같이 잘 사람이 없으면 인생은 혼자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노년이 되면 상실의 시기, 소멸의 시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고령이 되어도 상실이나 소멸이 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생리적 욕구입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고 성적 욕구가 생기면 해소하고 싶은 것이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올 경우는 그것을 충족시키고 싶은 의사를 표명하지만 성적 욕구는 어느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못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사회가 더 두드러집니다.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사회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성적 표현이 고령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천박한 범주에 속합니다. 물론 서양사회에서도 과거에는 종교와 문화에 따라 엄격한 때가 있었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부터는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성은 종교적인 면에서만 봐서는 안 되고 인간 중심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고 변화입니다. 성은 신이 인간에게 만인평등으로 주신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침해하거나 박탈할 수 없는 천부적 권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고령이 되었다고 제한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똑같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노인의 성을 빼고 노후를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노인의 기쁨, 만족의 가능성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 생물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인간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살아 있는 한 가슴 속에서 성적 욕구가 꿈틀거리는 불가사의한 존재입니다. 그것은 살아 있음을 의미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입니다. 섹스를 통한 황홀감은 인간이 느끼는 오감 중 가장 강력한 쾌감입니다.

흔히 인간을 ‘성적 인간’이라고 합니다. ‘성적 인간’이란 따뜻한 감정으로 이성과 접촉하고, 이성과 성적 교류가 가능한 인간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따뜻함은 삶을 위한 마그마(magma)로서 젊은 시절엔 이성을 희구하고, 친구를 희구하며, 노후가 되어도 이성에 대한 따뜻한 눈길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성기 결합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으로 상대와 마음과 감정의 교류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긴요한 것입니다. 상대와의 농밀한 마음의 교류, 그것이 있음으로써 섹스를 하는 것이 극상(極上)의 즐거움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교류가 없는 섹스는 단순한 점막(粘膜) 마찰에 불과한 것입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All is well that ends well).’ 셰익스피어가 한 말입니다. 과거의 삶이 아무리 고달팠든 화려했든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인간은 항상 현재가 중요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고독은 죽음 다음으로 두렵다고 합니다. 고독은 수명을 평균 8년이나 단축시킨다고 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인간은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이며 사랑의 향기가 없는 인생은 꽃이 없는 사막과 같다고 했습니다.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이며,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홀로 사는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할 사람이 아무도 없고, 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때, 인간은 허무해지고, 고독해지고 절망에 빠지는 것입니다. 서산마루에 걸려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제 곧 지겠지 한탄만 하지 말고 저 아름다운 태양처럼 나도 인생 말년을 멋지게 장식하겠다고 도전하십시오. 멀리 보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은 70m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섹스는 만병통치약이며 최고의 보약입니다. 모든 시니어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이규현 현 용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객원교수이며 <황혼의 체온> 저자다. 용인대학교 사회교육원장, 도서관장을 역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어른 됨은 성숙한 시민성”, 좋은 어른 꿈꾸는 청년 공동체 ‘유난’
  • 시대 연구자 3인, “어른 필요 없는 유튜브 세대 젊은 꼰대 돼”
  • 시인 나태주가 말하는 어른, “잘 마른 잎 태우면 고수운 냄새 나”
  • 5060세대 42%, “젊은 세대 존경 받고 싶어 소통 노력”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