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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동 대표를 해보니

기사입력 2016-10-11 17:49

▲살기 좋은 아파트를 위해서는 주민의 관심이 필요하다(조왕래 동년기자)
▲살기 좋은 아파트를 위해서는 주민의 관심이 필요하다(조왕래 동년기자)
직장에 다닐 때였다. 우리 아파트 부녀회장이 필자더러 동 대표에 출마해보라고 권유를 했다. 아파트 동마다 대표가 있고 그 대표들 중에서 전체를 총괄하는 동 대표 회장이 있다. 그동안 필자를 지켜보았는데 경험도 많아 보이고 부지런해서 동 대표 일을 잘할 것 같다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그래서 직장에서 사적인 일을 못하게 해서 할 수 없다고 완곡하게 사양했다.

  

직장에서야 근무시간 이후에 일어나는 개인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필자에게는 동 대표에 얽힌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과거에 직장으로 투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회사 직원 모씨가 아파트 동 대표 일을 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에 동 대표 회의를 주제하는 등 근무를 태만히 했으니 처벌하라는 고자질이었다.

    

모씨를 불러서 사유를 들어보니 아파트 주민의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를 몇 명 해고하는 과정에서 해고된 경비가 앙심을 품고 여기저기 진정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관리비 절감을 위해 아파트 출입문에 자동출입자 감시 장치를 붙이고 경비원을 해고하는 일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자동화 설비로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은 줄었지만 해고되는 경비는 사생결단을 하고 덤벼들었다. 직책에 충실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구설수나 모함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필자가 동 대표를 맡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그러나 퇴직을 하고 나니 더 이상 거절할 명분도 없어지고 돌아가면서 맡는다는 심정으로 출마를 하고 주민투표로 당선되어 2년의 임기 두 번을 잘 마쳤다. 더 이상은 동 대표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되어 있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원래 자리인 주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동 대표의 비리에 관한 사건들이 종종 신문이나 방송에 오르내리곤 한다. 비리를 막으려면 주민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첫째, 능력 있는 동 대표를 뽑아야 한다. 회계장부를 볼 줄 알고 상식적인 시설물 관리에 눈을 뜬 사람을 뽑아야 한다. 단지 인사성 밝은 좋은 사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관리소장이나 관리소 직원을 적절하게 부릴 줄 알아야 한다. 크고 작은 아파트 유지 보수 건이 생기면 관리소 직원들이 자기 집 일하듯 시장조사를 하고 가격을 흥정하고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도록 지시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적당히 복수경쟁을 하도록 하고 영수증 처리나 하면서 나는 부정비리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태도 또한 옳은 자세가 아니다. 미리 시장조사를 해서 예상 비용을 알고 입찰을 보는 것과 무조건 입찰을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셋째, 관리비 절감을 위해 아파트 공동 유지비용 절감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필자는 지하주차장의 노후화된 재래식 안정기 형광등을 LED 등으로 바꿔 전력요금을 대폭 낮췄다. 개인재산인 보일러 같은 시설물을 교체할 때는 희망 세대수를 파악해 업체와 가격경쟁을 협상했다. 공동구매는 가격인하의 결정적 무기가 된다. 넷째, 주민들이 살기에 쾌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무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관리소 직원이나 경비원 청소부도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다. 급여를 쥐어짜 다른 아파트보다 적게 주려고 하면 안 된다. 많이는 못 줘도 남들만큼은 줘야 한다.

    

한 개의 아파트 동만 해도  시골 마을 전체의 세대수와 비슷하다. 주민은 더 많고 더 젊다. 지적 수준도 월등하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반상회를 하면 참여율이 저조하다. 살기 좋은 쾌적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 모두가 참여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리고 물러나니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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